잘 아는 원로 목사가 ‘사랑’을 주제로 한 글을 자주 보낸다. 꼬박꼬박 답장을 했으나 요즘 할 말이 적어 세 번에 한 번쯤 하는 편인데 오늘 진짜 답장거리가 생겼다.
행사를 하고 그 보고서 겸 안내문이 나왔단다. 이 학교 졸업생(구정태 전 교장)의 전화를 받고 이게 바로 ‘사랑’임을 깨달았다.
‘성금액 목표 100억원’ 중 수도권에서 2,051인, 기타 지역에서 3,175인이 참여했다고 한다. 32회 황은규 씨는 5억원을 냈다니 혼자 5%! 대단한 동문이다. 황은규 씨가 삼례 출신이므로 괜히 나도 우쭐해진다.
지난여름 들은 얘기가 있다. “황 씨가 8억원을 챙기자 자녀(?)중 누군가가 ‘어떻게 8억 원이예요.’ 2억 원을 보태시지요.” 이 소리에 놀란 일이 있다.
10억, 5억원을 따지는 게 아니라 하여간 대단한 학교! 대단한 동창생! 대단한 삼례 분! 이 소리를 하려는 게다. 이게 ‘사랑’이다. 자식 둘과 손자가 전고를 나왔는데 ‘니들은 얼마나 냈느냐?’ 확인해야 하겠다.
전주공업고등학교와 전주해성고등학교 동창회관 마련 과정을 들어 좀 아는데 졸업생마다 애교심이 불꽃같다. 학업성적도 중요하지만 졸업한 뒤 모교를 위하는 애정이 더 돋보인다.
“국○○ 군수, 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고(全高)만 나왔더라면 확실히 당선이었을 터인데…” 이게 선거 당시의 세상 여론이었다. 국은 189표, 최는 111표로 졌다.
비 내리는 아침 운전자에게 전고를 한 바퀴 돌자고 했다. 처음 보는 친구가 깜짝 놀란다. 교문을 나서며 “오늘 조반은 자네가 내소.” 운전자가 왜 그러냐고 한다. “자네와 나는 이 학교 입학원서도 못 냈는데, 다산(多山) 이 친구 여기 졸업을 했으니 하는 말이지” 차중 5인은 모두 손뼉을 쳤다. 이날따라 아침 밥맛이 더욱 좋았다.
김가전 목사는 교장에 이어 전북도 도지사가 된 시대가 있었으며, 학교장이 국회의원(류청)을 하였고, 졸업생 중 공군대장이 나왔으며, 온세종 교감은 교장 나가라하니 “나 서울대학교에 100명을 넣어야 나간다.” 얘기마다 멋지다.
서정상 동창회장 시절 『개교 65년사』를 받으러 삼화약국 2층에 갔다. 책을 들고 일어서려할 제 전북일보 구독신청서를 주셨다. 기업인은 다름을 배웠다.
(주)하림 사원교육 중 이 얘기를 했다. 전주고에 입학 많이 시켜야 명교사(?) 시절이 있었는데 내 반에서만 37인이 합격했다. 1970년대 이야기이다.
2018년 말 ○중학교 동창회 자리! 머리 흰 제자들이 많다. ‘야!’ 소리를 못했다. 한 마디 하라기에 ‘동로동락(同老同樂)’ 차마 이 말이 아니 나와 ‘同路同樂하자’고 했다.
교사들끼리의 반성·후회와 회고 “공부 잘 한 학생보다 말썽부리던 제자가 더 찾는다.”, “좋은 학교(?) 진학시키는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뒤처진 애들을 잘 가르쳤어야 했었는 디…” 이 각성 지당하다. 그런데 올해는 입학식도 못했다. 코로나19가 전쟁보다 더 무섭구나….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