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면 사봉리 남서쪽 깊은 숲에 자리한 밤샘에서 발원, 크고 작은 물줄기를 품어 안아 200여리를 달린 뒤 김제시 진봉면 앞 서해에 닿는 강이 있다.
드넓은 호남평야를 키우며 흐르는 호남의 젖줄인 만경강이다. 그러나 만경강보다 더 오랜 시간 불려온 본래 이름은 ‘사수강(泗水江)’이었다.
만경강이라는 표현은 우리 전통 역사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명칭으로 일제강점기 만경현과 인접했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이 임의로 설정한 명칭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1870년대 제작된 ‘대동여지도총도’에서도 ‘사수(泗水)’라 적시돼 있고 1906년 완성된 ‘증보문헌비고’ 여지고(輿地考)의 산천(山川)조 총설(總說) 호남연해제천(湖南沿海諸川)에서도 만경강의 본래 명칭이 사수강(泗水江)임을 명확히 밝혀주고 있다.
사수강은 공자의 고향 곡부의 강 이름이자 한나라를 건국한 한고조 유방의 고향인 풍채지역의 강 이름과 같다.
즉 조선시대 왕조와 문화발상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었던 ‘사수강’이라는 이름을 일제가 ‘만경현 앞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으로 격하시킨 것.
사수강은 민족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근원인 마한이 발원해 청동기문화와 농경문화가 발전하면서 사수강 유역은 한국역사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강의 발원지와 여러 지류가 연결되는 고산천의 상류지역은 백제의 수도 부여로 연결되는 고대 육상교통로서 수많은 백제산성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전주에 도읍을 정한 후백제의 견원은 사수강 줄기를 따라 후당, 오월, 왜 등에 사신을 파견하며 해양왕국 백제의 부흥을 꿈꿨다.
사수강의 물줄기인 전주천은 조선왕조 본향의 역사와 함께 했다. 무엇보다 삼한시대부터 벼농사가 진행된 지역으로서 조선시대 농업생산 거점이자 내륙수로의 중심으로 기능했다.
일제 때는 강 유역의 토지소유권을 강제로 빼앗은 총독부가 일본인 지주에게 불하하여 대규모 일본농장이 집중 육성되는 등 수탈의 대상이 된 아픔도 갖고 있다.
광복이후에는 계화도·새만금 간척 등 개간과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국토변혁의 역사가 이뤄진 대표적인 곳이다.
민족과 전북도민의 영욕이 뒤엉켜 도도히 흐르는 사수강을 중심으로 전북의 내일을 위한 미래먹거리를 만들고 풍요롭고 찬란했던 옛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다.
완주, 김제, 새만금으로 연결되는 사수강이 다시 한 번 전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하는 핵심지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수강(만경강) 유역은 한국 고대문화의 요람이라는 역사적 의미, 농업과 식품생산의 중심지라는 경제적 중요성, 교통로와 문화거점의 중심지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그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과 동시에 미래의 산업과 문화의 거점으로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
완주는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신경제도시로 육성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기업이 올 수 있도록 기업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완주 테크노벨리에 친환경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재편해야 한다.
전북혁신도시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데 집중 투자하고 교육과 문화의 질을 향상시켜 인구가 증가하고 삶의 질이 높은 곳으로 만드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김제는 옛 김제공항 부지를 활용해 항공 중심전문교육기관과 항공전문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형항공기 전문 MRO(항공정비수리) 산업이 자리잡고 비행훈련과 정비교육, 관제 및 승무원 교육을 하면서 드론산업까지 집약할 수 있다면 경제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호남평야의 영광도 부활시킬 수 있다. 완주의 농업진흥청과 김제의 민간육종단지, ICT농기계 산업 등을 활성화시켜 아시아스마트농생명밸리의 핵심으로 빠르게 키워나갈 때 전북발전의 견인차로 역할을 할 것이다.
사수강 유역에 자리한 완주와 김제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가지고 있기에 유통과 컨벤션, 관광산업 등이 번성하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미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낼 수도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 같은 사수강의 수많은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강한 정치력이 필수불가결하다. 경제와 역사를 알고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모쪼록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잃어버린 사수강의 이름을 되찾고 강을 중심으로 번영했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여 문화와 산업의 거점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유희태=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 특별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