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면 백도리 붉은 바위는 오지다. 이곳 이병훈 씨는 성명처럼 마을 이름처럼 아름답고 보기 드문 ‘훈훈한 농업인’이다.
아직 젊은 티가 나지만 작년 여름 많은 손님을 초청해 칠순 잔치를 했으니 노인은 노인이다.
삶이 긍정적이고 건실하여 산업훈장을 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승용차를 타고 가다 아는 사람 만나면 지나치지 못하고 태워다 대문 앞에 내려주며 △고기를 못 먹고 술을 마시지 않는 식성이지만 선후배 친구 만나 주효 대접을 잘 한다. △1년 살림살이 2천만 원은 소 기르고 농사하여 쓰되 매년 쌀 열 가마는 사돈과 친지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로 산단다. △한 마을 18호는 본인과 동생 빼고 모두 이사 온 외지인이지만 마을회관 정자에 모여 한 식구처럼 지낸단다.
△‘엑스포 화투놀이’(도박 아님)를 하는데 패자가 내는 6천원이 어느덧 2백만 원이 되어 이 돈은 마을사람 ‘여수 엑스포’ 구경시킬 자금이란다.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매년 쌀 한 가마씩 보내 미자립 교회를 도와 신자보다 선인이라는 칭송을 듣는다. △마을 앞 공사판 인부에게 닭 여러 마리를 삶아 내니 “노가다(のかた) 수십 년! 이런 일 처음이여” 이 소리를 듣는다.
속된 말로 조합장이나 지방의원 욕심을 지닌 잔꾀가 아니라 노욕(老慾·老辱)없는 덕인의 천성이란다.
‘바르게살기 모임’에서 봉사 중이라니 고향을 빛낼 좋은 재치를 제공한다. ‘성균관대학 600년 기념비’, ‘고산초등학교 개교 100년 기념비’, ‘전주고등학교 졸업 30년 기념비’ 등이 섰다. 회원들과 의논해 이처럼 우리 고장 옛 이름 ‘우주(紆州) 지명비’ 건립을 주선해 줬으면 한다.
“훈훈한 농촌에서 이 재미로 산다”는 이 말이 마을마다 넘쳐나길 바란다. 능히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 주)우주골 바람소리
1. 우주(紆州)는? △우리 고장의 옛 이름 △현재 그 땅이 우리 고장
2. 바람이란? △바란다(기대)의 뜻 △여론, 방향유도
3. 소리는? △외침, 살아있음을 의미, 정보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