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찾아온 첫 눈처럼 새로운 봄을 만들어 봐요. 눈, 첫 눈이에요.”
지구문학 2020 가을호(통권 91호)에 실린 단편소설 슈엔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인 아내 슈엔이 남편 현수의 손을 잡고 내리는 눈을 보며 건넨 말이다.
이 작품은 완주군도서관평생학습사업소 도서관운영1팀에 근무하는 정선옥(55)씨가 썼다.
희곡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씨는 단편소설 슈엔으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소설가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수상작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베트남 출신 여성 슈엔이 경제적 풍요를 선택하지 않고, 가족 몰래 진정한 사랑을 꿈꾸며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남편 현수는 명문대를 나와 취업에 실패한 뒤, 계속 과거에 갇혀 은둔자로 살게 된다.
아내를 외면한 채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 남편 현수를, 주인공인 슈엔은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내며 결국 사랑과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김태호 심사위원은 이 작품에 대해 “단편소설에서 모든 요소가 단일해야 하고, 그 효과도 단일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 소설은 구성이나 형식에 있어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게 기술했다”고 평가했다.
정 작가의 이번 신인상 수상은 최종 꿈인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작가는 웹소설에 도전, 플랫폼인 문피아에 ‘죽은 너를 살려줄게’를 완결했다.
특히 이 작품은 4월부터 5월 초까지 4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일 두 차례씩 82회를 연재, 무려 소설책 3권 분량(45만자)의 기록을 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글쓰기가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늘 설레인다고 말하는 작가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은 희곡작가로서 걸어온 지나온 시간들이 그대로 말해 준다.
실제 작가는 한국 문화예술회관연합회 기획공연 공모 6작품 선정(선녀와 나무꾼, 신콩쥐팥쥐뎐, 여시코빼기,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아홉 번 사는 고양이, 비밀의 꽃)을 비롯 서천문예의 전당 기획공연(어떤 습격), 전주문화재단 마당창극(변사또 생일잔치), 전북도립국악원 창작창극(배비장전)등의 대본을 썼다.
이 가운데 아홉 번 사는 고양이와 배비장전은 2018-2019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우수공연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불의 전설’로 김해문화재단 창작희곡 2천만원 고료 공모전에 당선되는 기쁨을 만끽했다.
정선옥 작가는 당선소감에서 “글 쓰는 일은 제게 행운이었다. 인생에서 이렇게 큰 행운을 갖게 되었을까를 생각한다. 그것은 작은 골방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보물처럼 건진 기적이었다”면서 “소설이 기적처럼 저의 삶을 일으켜 준 것처럼 저의 소설도 이제 누군가에게 다가가 그의 삶을 함께 이야기 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