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에서 이국순 어머님 비를 세우려거든 본인 목소리 이게 어떠냐? 『나 박윤순 이제 한 마디, 시집 장가 스무 살 수줍은 동갑나기, 엄 결에 국순 금자 남매 낳고 돈 벌러 떠난 낭군 스물여섯 살이었지. 새댁으로 하루하루 기다린 세월 67년, 지난날을 묻지 마소 ‘산 게 산 것’ 아니야. 시어머님 점 처 ‘곧 온다’ 다독이고, 줌 쌀 모아 살림 재미 붙여주던 그 지혜 닮았더냐? 식구들 보은 비석 세운다기에 거절 타 생각 바꾼 이유 하나. 의성김씨 9대 조모 아들 없어 양자 들여 그 후손 우리라니 전주이씨 여자 대접 종중과 국순 금자 ‘니 뜻 알겠구나’. 평생 지닌 말 한 마디 “씨는 흙에 닿아야 싹을 틔우는 법” 자손 위해 한 줌 흙 계속 되어 주리라. 이 돈 3억원 좋은 싹 되어다오. 날마다 술 걱정 조이는 마음안고 구름 허리 저 넘어 일본 하늘 바라보며 ‘윤순 여기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누나.’ (뒷면) 아들·며느리 국순/지정렬, 딸·사위 금자/소병길, 손자·손부 주훈/정재희, 주성/장현아, 손녀·손서 은하/김민규, 증손 윤서 소희 웅렬 호열, 서기 2014년 10월 28 일 거룩하신 큰 뜻 받들어 그 말씀 돌에 새겨 여기 세웁니다』 전주 골안육리 박윤순은 1922년생이다. 남편 이진남 1948년 ‘돈 벌겠다’며 일본 건너가 이제까지 소식 없다. 남매 키우며 시할머니 시부모를 모셨다. 낭군 없이 혼자 산 세월 예순일곱 해 금년 93세 어른은 노환중이다. 술 좋아하는 아들 그날부터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는다. 신혼여행 중 이혼하는 부부 있고, 평온한 날이 싸우는 날보다 적은 내외 많다. 이런 부처 망부석 보고 마음 돌리게 어서 비를 세워 만천하 가화만사 이끌어내자. 어려운 집안 자녀 가르침에 보태라고 그 간 모은 장학금 3억원을 내놓았다. 정갈한 여인 노년의 결단이 거룩하다. 이런 의지 있어 수절하셨구나. 세상 문필가 이 정경 드라마를 쓰고 종중에선 아낀 돈 풀어 ‘여인의 날’을 정해 박윤순 순애보를 들려주면 어떨까? 어른들의 ‘부창부수’ 찌든 생각 뒤집을 젊은 층이 나서야 한다. 어느 날 들고 간 1000원짜리 팥빵 ‘맛있다’ 하셨는데, 그 구미 어떠신가 묻기 민망하다. 여인의 꼿꼿한 정신 영원하라. 종회 임원들 박윤순 여사 대우하여 덕가 소리 들어보자.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6: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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