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붓으로 써 보낸 편지 겉봉 시장 이름이 틀렸다.
집안 항렬 ‘하(河)’자에 하경, 하선, 하진, 하철, 하춘 모두가 저명 인사라 평시 친숙하게 부르던 대로 이름이 불쑥 잘 못 튀어나와 형제 이름을 혼동 ‘오자’를 띄웠다.
큰 실수 불쾌했을 터이나 관련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아침 6시 전주천 둔치에서 만난 담당 과장은 편지 내용을 일일이 확인했다.
민원 요지는 길에서 둔치로 오르내릴 ‘계단 하나’ 만들자는 것이었다.
사장 상인이나 새벽 손님 거개가 나이든 서민들 보따리 들고 낑낑대기에 본대로의 진언이었다.
값 싸 손님 모이며 팔려 돈 잡히니 이게 바로 ‘일자리 창출’ 현장이란 설명이었다. 1년 후 가보니 부탁한 것보다 훨씬 나은 시설을 했다.
‘매곡교’와 ‘싸전다리’ 사이에 폭 2m의 잠수교. 두께 20cm 너른 돌 판을 두 줄로 맞춰 잇고 빗물 밟아 미끄러질까 봐 간간이 구멍을 뚫어 놓았다.
펀뜻 떠오른 이름 ‘구멍 뚫린 돌다리’이다. 그 위가 ‘싸전다리’니 우리말 어색할게 없다.
10m 다리 건너 주차장에 가기까지 힘들여 오르내릴 계단보다 훨씬 편리하다. ‘등거리 한 장 요청에 모피 오버’를 받은 격이다.
서민 소망을 깔끔하게 처리해 준 행정력이 매우 돋보인다.
송하진 前전주시장 지난 6월 4일 도지사에 당선되어 효자동 18층 새 주인공이 됐다.
가지 열 개 2000원, ‘양파 산성’이라는 싸구려 한 자루가 8000원, 오이 5개 1000원인 노천시장 소시민들에게 좋은 일 해주고 떠났다.
이제 송 도백은 다른 이와도 마음과 마음 사이에 소통, 교류, 협력의 다리를 놓아 잔 일도 살펴 주는 ‘관찰사(觀察使)’가 되기 바란다.
‘지사(知事)’ 직명 나쁘지야 않지만 옛 이름 ‘관찰사’ 뜻 새겨 둘만 하다. ‘계단을 다리로 바꿨다’는 귀띔이 있었더라면 덕담을 나눴을 터인데 이게 좀 아쉽다.
‘험담은 숨길수록 퍼지고, 미담은 갈수록 사라지기에’ 여기 소개한다.
시내 다리 중 으뜸은 ‘마전교’, 짐들고 편한 다리는 새로 놓은 ‘구멍 뚫린 돌다리’이다.
전 국회의원 김용진과 현 지사 송하진 양 ‘진’은 시민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만인의 장한 ‘다리의 다리[橋脚]’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