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 열기로 뜨거웠었던 거리를 보면 어린시절 운동회 때 운동장의 오색기가 생각난다. 오색기에는 얼굴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하자면 오색기마다 나를 보며 웃는 얼굴이 있고 함께 그 밑에 써있는 공약과 다짐은 보기만 해도 어린 시절 운동회 날보다 더 큰 기대로 부풀게 한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경기는 병원도 탄다. 지인들은 사람이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가는 게 필수인데 무슨 경기를 타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생명이 위급한 질환이야 경기가 아니라 천재 지변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하지만 나처럼 통증을 주로 다루는 질환은 그렇지만은 않다. 경기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움츠려 들면 병이 있어도, 병이 있는 줄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고통은 진통제 하나 먹고 버티어 간다. 특히나 현대는 성과 사회라 병이 있어 아파도 마음 놓고 휴가나 병가를 쓰지 않는다. 어쩌면 회사 규정이 그런게 아니고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언급한대로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착취하는 현대의 성과사회’의 한 단면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오색기 찬란한 축제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쭉 이어져 경기도 풀리고 ‘훌륭한 정치’의 다복한 ‘수혜자’가 되는 것이 나 같은 소시민의 바램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치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정치’를 순수 한글로 옮기면 ‘다스린다’이다. 그리고 ‘다스린다’는 ‘다 살린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나라를 다스린다’는 말은 ‘나라를 다 살린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요즘은 ‘나라를 다스린다’는 표현보다 ‘몸을 다스린다’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다스린다’는 말속에는 ‘치유’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고 내면적으로는 ‘살린다’는 ‘상생’의 의미가 있으니 어찌보면 정치란 병을 고치는 것처럼 사회의 병을 치유하고 더 나아가 다 살린다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병을 다스리는 나 같은 의사는 사람의 몸에 국한한 훌륭한 정치가가 되어야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는 전반적인 개인과 사회 전체에 대한 훌륭한 의사가 되어야 할 것같다. 팔에 종기가 좀 있다고 모두 절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진단을 정확히 한 후에 최대한 다른 장기들과 조화를 이루어 기능을 회복하게 하고 치료해야만 한다. 감기에 항암제를 투여할 수 없듯이 적절한 치료가 진단과 함께 똑같이 중요하다. 어쩌면 내가 수술하는 의사지만 수술 없이 잘 낫게 하는 것이 더 훌륭한 몸에 대한 정치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유독 우리집 둘째는 이제 9살인데 살집이 좀 있다. 아니 배가 나만큼 튀어나와서 아내는 아예 ‘비만’을 치료하겠다고 밥을 한 공기 이상은 더 먹지 못하게 한다. 그러길 몇 달을 했는데도 오히려 이 녀석이 살이 더 찐다. 유심히 살펴보니 엄마가 밥을 더 못 먹게하니 한 숟갈 밥을 뜨고는 반찬을 있는대로 몽땅 입속으로 최대한 구겨 넣는다. 말하자면 밥 알이 끝나면 이 식탁에서 일어나야 하므로 밥은 최소한으로 아껴 먹으면서 반찬은 최대한 확보하는 생존 전략을 피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이 많아서 하나 하나 어떻게 밥을 먹는지 아내는 차분히 앉아서 면밀히 들어다 볼 시간이 없다. 셋째와 네째는 나이가 어려 아애 시도 때도 없이 아내를 불러대고 나또한 그닥 다르지 않다. 그래서 너무 바쁜 아내는 과정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고 ‘빈 밥그릇’ 의 결과만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안의 살림 또한 정치라 하면 둘째에 대한 아내의 정치는 많이 먹는다는 ‘비만’의 원인도 찾았고 ‘식사를 줄인다’는 치료도 맞았지만 ‘당사자’의 ‘반응’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 나라의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회의 어려운 점, 힘든 점, 개선해야 할 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병을 어떻게 개선하고 치료해 갈 것인지 처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정치’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를 고려하는 일 같다. 선거는 끝났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정치’하시는 분들이 모두 이 사회와 이 나라에 대한 ‘훌륭한 의사’가 되어주기를 우리말의 ‘다 살리다’는 말을 빌어 다시 한번 기원한다. /김재엽 =전주우리병원 원장
최종편집: 2025-06-24 06:29:44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