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어머니께서는 우여곡절이 많으셨지만 늘 침착하게 해결하셨었다. 지도자란 어떠해야 하는지 말하기 위해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어머님께서는 갱번 에서 자갈을 캐내시는 일을 하셨다. 우리 마을의 요천 수는 그다지 깊지도 않았고, 물결은 맑디 맑았다. 나는 학교가 끝나면 어린 동생들을 돌보려고 갱번 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맨발로 송사리 떼를 몰며 동생들을 업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어머니께서 자갈을 막 캐시고, 망태에 섞인 모래를 걸러내려고 물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선뜻한 유리조각에 두 발을 모두 베이셨다. 누군가 고기를 잡고 깨진 유리 벅스 조각을 모래 속에 버려둔 채 가 버린 것 이다. 피는 계속 흐르고, 두 발을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곁에 있는 사람이라곤 말도 아직 못하는 3살짜리 여동생과, 5살 된 남동생 뿐 이었다. 어머니께선 남동생을 시켜 방천 뚝 가에 솟아나있는 쑥을 뜯어 오도록 했다. 놀랍게도 어린동생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르든지 순식간에 많은 양의 쑥을 뜯어와 찧어 붙이고 지혈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걸어서 이십분 거리의 집까지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통증 때문에 도저히 걸음을 걸을 수 없어 동생을 시켜 집에가서 양말 보따리를 통 채로 가져오게 하셨다. 한달음에 뛰어가 가져온 양말 보따리는 겹겹이 붕대처럼 두발을 보호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예기치 못한 위기에 봉착하면 이성을 잃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은 침착한 판단을 내린다. 위기관리에 있어 해결도구를 찾아내고, 본능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지도자는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위기에 차분히 생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기 있고, 책임감과 사명감이 투철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 항공기나 선박 등을 운행하는 선장은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위기에 동요하지 않는 판단력과 인명을 중시하는 책임감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선장은 물살이 센 항로에서 새내기 3등 항해사에게 키를 맡기고 침몰 위기의 순간에 1등으로 탈출하였다. 무사안일주의를 넘어 귀중한 인명들을 희생시킨 비겁한 리더로서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국가적 재난을 초래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리더는 반드시 책임감과 지혜 그리고 어떤 위기에도 차분히 판단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의무사항이고, 만일 이러한 능력이 없다면 리더를 하면 안 된다. 모든 가족에게는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특별한 가족의 힘이 있다.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할 때 사회가 행복하고 국가가 행복하다. 그 옛날 내 어머니의 차분한 판단력과 다섯 살 내 남동생이 숨차도록 달려가 가져온 양말 보따리에는 소독약과 항생제보다 더 강력한 치료제 사명감과 사랑이 들어 있었다. /이선명=(주)아시아 부사장
최종편집: 2025-06-24 06: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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