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침 등교 시간에 교정을 잠시 순회하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고함 소리에 가까운 학생 인사말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주 작은 학생 하나가 있는 목청을 다하여 인사말을 건넨 것이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장난스럽게까지 들렸다. 아마 담임선생님에게 선생님과 웃어른을 보면 큰소리로 인사하라는 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완주중학교에 부임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부임 시 나는 교장으로서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님과 지역민들께 다음 3가지를 중점적으로 교육할 것이니 협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었다. 그것은 ‘인사를 잘 하자’, ‘책을 많이 읽자’, ‘칭찬으로 시작하자.’라는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그다지 특별하거나 거창하지 않은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목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목표를 설정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다 그 중요성을 알고 있고 누구나 다 그것을 잘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 누구도 제대로 한 번 실천해 보지 못 한 덕목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라는 뜻이다. 사실 나는 교육청에 근무하기 전만 해도 이 말을 이 뜻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학교 현장을 방문하여 장학 활동을 하다 보니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었다. 즉, 학생들이 인사를 잘 하면 교육 활동 전체가 대체로 잘 이루어 질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추론은 과학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본인을 포함한 많은 동료 직원들이 수많은 현장 경험을 통해 획득한 결론이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과 필자가 임의로 사용한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에서 ‘인사’의 한자어는 ‘인사(人事)’로 모두 같다. 그런데 전자는 ‘직원의 임용이나 해임, 평가 등과 관계되는 행정적인 일’을 이르고 후자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갖추는 일. 또는 그러한 말이나 행동’으로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이렇게 전자와 후자의 뜻이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각자 쓰일 때는 상황과 맥락에서 그 의미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통하는 걸 보면 이 인사(전자)나 저 인사(후자)가 모두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사실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사 하는데 돈 안 든다.’ ‘인사해서 뺨 맞는 법 없다.’ ‘인사만 잘 해도 성공한다.’라는 속담들도 인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입 사원에게 있어 ‘인사 잘하기’는 필수라고 하며 은행 창구 등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직장인에게 있어 ‘인사 잘 하기’는 매출을 좌우할 정도이다. 따라서 인사 예절과 관련된 서적도 많이 출간되어 있고 직장마다 인사 예절에 관한 교육이 필수과목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인사 잘하기’의 중요성은 예전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요즘 우리 학생들이 예전과는 달리 인사할 줄을 잘 모른다고 한다. 인사할 줄을 모를 정도가 아니라 웃어른은 물론 선생님을 봐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그냥 간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웃어른을 공경하지 않아서라고 하며 심하게는 교권의 붕괴 등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민주화되고 인권이 존중되는 요즘, 우리 웃어른들이 학생들의 일탈 행동을 지적하거나 지도하는 게 어렵게 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예의 없이 행동하는 우리 아이들을 향해 그저 세상 탓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전의 시각으로, 매우 버릇없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면 우리 학생들도 어른들의 말을 따르고 존중하게 된다는 것을 교육자인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이와 같은 교육 효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필자는 우리 학교에 처음 부임하자마자 ‘인사 잘하기’에 집중할 것임을 모두에게 알리고 협조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 결과 불과 한 달 사이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이 인사를 잘하게 되었다. 참으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라 여겨진다. 나는 고함치듯이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예의 그 학생에게 답례 겸 칭찬을 했다. “목소리가 참 우렁차구나.” 너무 큰 소리로 인사를 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인사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차차 우리 학교 인사 예절 교육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니 말이다. 나는 흡족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그 학생이 교실로 가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채동천(완주중학교 교장)
최종편집: 2025-06-24 06: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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