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에게 3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입니다. 학부모총회, 학급별 면담, 담임선생님과 상담시간까지….
중학교, 초등학교별 날짜를 확인하고 먼저 총회를 시작한 중학생 큰아들 학교부터 갓 입학한 1학년 막내딸 교실과 3학년 둘째 아들 교실을 왔다 갔다 하며 바쁘게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총회를 마치고, 반별 면담시간을 위해 교실로 급히 자리를 옮길 때였습니다.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가는데, 문득 난 무엇을 위해 이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이를 위해서! 라는 대답이면 충분하겠지요.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와 지금 바쁘게 움직이는 제 발걸음 사이의 거리는 그 순간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건 뭘까요? 이제 초등학생이 된 막내딸이 학교에서 적응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것들을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것. 아이가 이런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아이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급하던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그리고는 교실로 향했습니다. 편안하고 유머러스하신 담임선생님을 뵙고 간단히 학교생활에 대한 질문들과 대답이 오고 간 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사랑하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이 시간 가장 유익한 질문은 뭘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한 해 동안 이것만큼은 아이들 마음에 심어주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시며 교실 뒷 쪽을 보라고 하시더군요.
선생님께서 가리키시는 뒷면 학급게시판 꼭대기에는 이쁘게 오려서 붙인 “꿈.을.찾.아.요.” 라는 다섯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뒤이어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어요. 꿈이 있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집중을 잘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단순히 과학자가 되고 싶다. 의사가 되고 싶다 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의 그 꿈들을 더 구체화시켜주고 싶습니다.”
그러셨구나... 아, 우리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이런 가치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으시구나...마음속으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다시 여쭤봤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일 년 안에 이 가치를 아이들에게 심어주시는데 학부모로서 저는 어떻게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많이 다녀주세요. 아직은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해 봐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다녀와서 꼭 대화를 해주세요. 뭐가 좋았는지, 왜 좋았는지... 학교 다녀와서도 밥은 뭐 먹었어? 그러시면 대화가 끝이잖아요. 밥 먹었어? 맛있었어? 가 아니라 무엇이 맛있었는지, 무엇인 재밌었는지, 왜 흥미가 생겼는지....이렇게 대화해주시고 많이 체험하게 해주세요.”
1학년 막내딸 교실로 옮겨서도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아이들과 마음을 좀 다스리는 것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제가요 마음이 시끄럽고 힘든 날은 아이들에게도 같은 말도 날카롭게 나가고, 그런 날은 아이들도 더 싸우고 교실이 시끄럽더라구요. 아이들하고 명상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그러면 저희는 무얼 도와드리면 좋을까요?”
“아직 1학년이어서 학교가 낯설고 힘들 수 있어요. 학교는 좋은 곳, 재밌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셔서 아이들이 학교에 흥미를 가지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아이를 학교에 보낸 때가 10년 전인데, 이런 질문은 처음 드렸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기만 했는데, 아이를 위한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제 마음이 담긴 질문을 통해 선생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가치들을 듣는 귀한 시간이 되었고, 또 이런 선생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 또한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되는, 질문의 힘을 제대로 느꼈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질문을 하고 삽니다. “뭘 먹지? 뭘 입지? 어떻게 해결할까?” 같은 일상의 질문들을 매순간 하지 않는 때가 없습니다.
이런 질문들 가운데, 나를 변화시키고 대화를 유익하고 힘있게 만드는 질문도 있습니다. 잠깐 멈춰서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가요?”, “그 가치들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요?”
/서소영= 약사(이서면 하나로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