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 ‘발문’ 쓰기는 처음이며 이런 일 드물 것이나 말이 씨가 된다기에 좋은 서비스 새로운 감동을 소개한다.
봄나들이에 들고 나설만한 책 《소양 이야기》를 보았다.
고급 종이 4도 인쇄 총 297면 두툼한 이 책이 완주군 소양면(면장 이계임)에서 나왔다.
장·절·편 가리지 않고 어디를 펼쳐보나 재미난다. 버스 노선표에서부터 보기 어려운 ‘고지도’와 산뜻한 화보 실감나는 사진이 멀어져 가는 추억을 잘도 붙들어준다.
지리, 인문, 생활, 문화, 부록… 목차 따라 따끈한 순두부 이야기에서 산성, 사찰, 폭포, 한지, 나무, 무덤에 이르기까지 여자의 섬세한 천성과 일솜씨가 넘쳐난다.
“희로애락 기억하는 분들께 드릴 책”이라는 애정 어린 발간사가 마주 잡은 손길처럼 따뜻한 명문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부득이 500부를 박았다니 주민, 문중, 출향인, 장서가에게 돌아갈 몫이 모자라면 어찌 하나 걱정이다. 이계임 면장 ‘종 울려 사람 모아 솥 열어 밥 퍼줌(鐘鳴鼎食:종명정식)’형 공무원으로서 고뇌가 크겠다.
다만 귀할수록 가치야 높아지는 법 “오래 간직하면 좋은 볼거리(公之藏百世高景:공지장백세고경)”라 했으니 희귀한 화폐처럼 대접 받을 여지야 충분하다. 창조경제 행정도 이제 문화요 예술이다.
수억 들여 다리 놓고, 길포장 물론 장한 치적이지만 마음의 양식 책을 내는 문치야 말로 눈이 밝아지고 귀는 순해지게 하는 덕치이다.
다리와 길바닥 ‘딛고 지니지만’ 책은 이불 속에서 함께 한다. 착안-결단-예산책정-출판 등 대단한 수완이다. 국화전시, 벚꽃축제, 노인잔치, 세미나…굵직굵직한 일에 이골이 났다.
‘슬로우 시티’ 큰 사업을 끌어올렸고 사라진 정자 복원을 결심했다. 상상치 못한 일들을 팍팍 해낸다.
임정엽 군수 “역사와 강산이 옥경중(玉鏡中)”이라며 평소 본대로 빈틈없이 엉겨 붙을 진솔한 표현으로 천년 갈 업적이라 축사했다.
기획과 추진력의 달인이란 소리가 실감나는 행적이다. 꼬치꼬치 묻는 게 도리 아니라 발행자의 나이도 본관도 아직 모르나 돌탑 쌓듯 신뢰 쌓은 모습에서 산듯함을 느꼈다.
먹[墨] 자신을 갈아 1000년 흔적을 남긴다고 했다. 영국은 교육 수출로 연 30조원을 번단다. 앞서가려는 관리에게 본보기가 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