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티카라는 곳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가 살았습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기도 한 이 사람의 강도짓은 참으로 특이합니다. 케피소스 강가를 지나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기가 살고 있는 소굴에 데리고 간 뒤, 나그네를 침대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나그네의 몸 길이가 침대보다 크면 침대 밖으로 나온 부분을 잘라내고, 몸이 짧으면 몸을 길게 늘여서 죽였다고 합니다. 이 강도는 결국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똑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잔인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신화 속 인물의 행동이 오늘날에는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의도와 행위를 빗대는 말로 사용됩니다. ‘나의 생각이 옳다’ 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은 틀리게 되고, 옳은 나에게 맞춰지도록 강요를 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힘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틀에 맞게 행동하도록 더 강요받을 때가 많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저도 이 침대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에 가야하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고... 그런데 돌아보면 이건 제가 살아온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신념에 불과합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은 다른 형태의 신념과 가치관을 쌓아 왔을 것입니다. 아이가 억울해서 말을 할라치면, 이미 내식대로 판단해서 이건 틀렸고, 저건 이래서 안된다며 아이 말을 자르거나 혼낸 부끄러운 경험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쫓겨나 집에서 공부를 했던 에디슨,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환자에게 포도당을 치료약이라고 복용하게 해서 낫게 했던 프랑스의 약사 에밀 쿠에, 항상 규칙과 틀을 벗어나 이단아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 에디슨은 천개가 넘는 발명품을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였고, 에밀 쿠에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냈으며, 스티브 잡스는 이단아에서 일약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세상을 바꿔 버렸습니다. 학교는 가야하는 것이고,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되고, 규칙적으로 살아야한다는 제 신념과 틀만 옳다고 믿는다면 이들은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경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내가 옳다고 믿기 시작하면 나와 다른 이런 사람들은 틀려야 합니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싶기 때문에 화도 내고 싸우기도 하고 때론 관계를 끊어내며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상대방 생각의 앞, 뒤를 다 잘라먹고 내 생각으로 맞춰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60억 인구 중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한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에게 자동차를 그리라고 해볼까요? 과연 똑같은 자동차를 그리는 쌍둥이가 있나요? 바닷가 모래알만큼 많은 사람의 수만큼 생각이나 경험도 많을 것입니다. 나와 상대방이 다른 것은 생명이 시작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 배워온 것들이 똑같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 왜 저래?” “너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이게 맞잖아... 넌 왜 자꾸 엉뚱한 짓만 하냐...” “넌 뭐할라구 사서 고생이니?” 이런 익숙한 말들을 내뱉는 당신과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프로크루스테스가 침대위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눕혀놓고 맞지 않는 부분을 다 잘라 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잠깐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관계는 시작되니까요. /서소영= 약사(이서면 하나로약국)
최종편집: 2025-06-24 09:48:40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