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규 군이 2013년 전국 ‘행정(재경)고시’ 75인에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완주군 화산면 와룡리 가양 사람들 대리 만족에 춤출 일이 생겼다.
조선 개국 이래 이 마을에서 대과에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이 있었으나 지금은 ‘용’도 ‘개천’도 ‘속담’도 점점 사라지는 판국인데 ‘개천에서 용났구나!.’ 통쾌하게 외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고시 합격자 승규 군 아버지(희갑:1957년생)는 살기 위해 비집고 서울에 들어가 도봉산 비탈길 김춘회 가게에서 쌀 배달하며 지내다 낳은 아들이 바로 승규 군이다.
하도 기뻐 몇 마디 부언한다. 할아버지 종철씨는 일정시대 호카이도(北海道)에서 노동하다 해방되어 돌아와 바로 6·25전쟁 때는 제주도 배고픈 신병훈련소를 거쳐 참전한 용사이었다.
산막 외딴집에 살면서 자기 일보다 남 일을 더 했던 중노동자는 어려서부터 망그러진 몸 오래 살지 못하자 식구들 객지풍산 했으니 애절한 뒷얘기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70여 년 전 음10월 20일 이 집에서 차린 시제 떡 얻어먹으러 갔던 그 자리에 1994년 ‘봉학재(鳳鶴齋)’ 기와집을 세우며 삼강(三江) 임익철 씨가 기문을 청하기에 쓴 졸문 중 ‘청학서송(靑鶴棲松)’ 표현이 있다.
이무렵 고시 합격자 승규는 겨우 열 살이었고, 20년이 지나 족보를 펼쳐보니 우연이겠지만 합격자를 두고 쓴 듯 ‘청학서송’이 감개무량하다.
이 마을이 ‘와룡(臥龍:누운 용)’이고, 산 이름 역시 ‘와룡산’이라 옛날부터 ‘용 벌떡 일어나기[飛龍]’를 바랐는데 마침 승규 군이 해냈다.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금년이 마침 ‘화산면 이름 100년’이라 겹경사 듣기 좋다. 합격자 어릴 적 별명이 ‘똘똘이’란다. 이름에 ‘이길 승(勝)’자 들었으니 가난 물리치고 ‘이긴 것이다. 지세 지명대로 ‘누운 용의 승천이다’.
어머니 박공자 씨와 고향 지킴이 3촌 희봉(熙奉)에게도 기쁨이 함께 하기 바란다. 옛날이라면 귀나(종철) 조부님 뒷골 무덤에 선비 모시고 입신양명 효죽(立身揚名孝竹) 세우며 고유사를 읽었다.
이 내걸려 오래오래 나부끼기 바란다. 장차 경제부장관 해다오. 지방민의 염원이다. 아울러 연예인대상 김병만 군도 축하한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