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우리 지역의 리더를 선출하는 해이다. 벌써부터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두세 사람만 모이면 선거 이야기로 열띤 토론이 흥미롭게 벌어진다. 여기 저기에서 입후보자로 출사표를 낸다고 한다.
문제는 아직은 검증할 만한 기준이나 근거가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는 정치에 관심과 정치 지식이 낮다. 그러니 소문에 의존하게 된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소문을 낳기 마련이다. 근거 없는 소문으로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안 인상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인식된 인상은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더라도 향후 투표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는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 지역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누구와 함께 가야하는지를 올바르게 선택을 해야 한다.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지려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은 왜? 우리의 대표가 되려 합니까?”“왜? 우리가 당신을 선택해야 하죠?” 이런 질문과 함께 리더의 조건을 검증해 보아야 한다.
먼저 리더는 걸언(乞言)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애민과 휴머니즘을 보여 주었다. 그는 지방 관료가 갖추어야 할 자세로 걸언은 노인과 원로의 경륜과 지혜를 구하는 것이라 했다. 관료가 새로 부임을 하면 자신의 생각대로 고치기보다 전임자에게 걸언을 하여 이유를 물어야 한다.
주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야 한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마을기업, 마을 공동체는 걸언으로 시작된 걸언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묻는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주민에 대한 신뢰이다.
걸언은 주민에 대한 신뢰이자,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누가 걸언을 잘 하는지 누가 자신의 말만을 하려고 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걸언을 했다면 그 다음은 경청(傾聽)을 잘해야 한다. 경청을 잘한다는 것은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공감은 듣는 사람이 아닌 말하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들어야 할까? 경청의 청은 들을 청(聽)으로 한자에 그 방법이 들어 있다. 한자를 분해해 보면 귀이(耳), 임금왕(王), 열십(十), 눈목(目), 한일(一), 마음심(心)이 조합된 형성문자이다. 조합해 보면 귀는 임금님과 같이 크게 듣고, 열개의 눈으로 보고, 하나의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이다.
리더는 겉모습 보다 성품(性品)이 좋아야 한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지각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행동은 달라진다.
“이런들 어떠하니 저런들 어떠하니……”로 시작하는 하여가로 유명한 조선 태종 이방원은 문학도, 언변도, 야망도 누구보다 출중했다. 그러나 조선 개국공신에 제외 되었다고 자신의 형제와 신하들을 숙청하며 권력을 얻기 위해 나라를 피로 물들였다.
한때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세계 백색가전의 대표 회사로 불렸다. 당시 GE를 성공적으로 일으킨 잭웰치는 ‘경영의 달인’, ‘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렸지만 결과적으로 성과 위주의 몸집 부풀리기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다.
리더는 시간이나 효율 보다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걸언을 통해, 경청을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히틀러와 같이 잘못된 비전은 역사에 커다란 상처를 남길 뿐이다.
최근 전북일보에서 실시한 완주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 되었다. 완주군민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완주군수와 군의원 후보 선택 기준으로 도덕성(36.5%), 역량(28.2%)을 최고로 꼽았다. 소속 정당은 9.2%에 불과 했다.
그만큼 리더의 성품과 역량을 더욱 높이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출마자는 오랫동안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공천을 받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출사표를 낸 후보자는 아직 정당조차 생기지 않은 안철수 신당(42.6%)을 민주당(30.7%)보다 높게 지지 하고 있는 이유를 다시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장보다는 함께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 리더를 뽑았으면 한다. 더이상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불과 4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보다 빈곤한 국가였다.
돈 많이 벌면 행복해 질 것이라 생각하고 국민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며 일했지만 지금은 국민소득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히려 행복은 멀어지고 있다. 세계 1위 자살율과 68위 행복지수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김성진= 완주군장애인복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