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낙후지역이다.
과거 전북은 농도로 불리며 풍요의 고장이었는데 산업화에 소외되면서 낙후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이에 낙후 일번지로 전락한 전북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오래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나름의 발전 모델을 제시해왔다.
이런 방안들은 대체로 발전 전략의 중심축을 외부에 두는가, 아니면 내부에 두는가를 기준으로 외생적(外生的)접근과 내생적(內生的)·내발적(內發的) 접근으로 구분된다.
중앙 정부에 기대고,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외생적 전략이고, 고유의 자산과 여건을 활용해 스스로 발전의 길을 여는 것은 내생적 전략이다.
우리가 새만금에 그토록 매달려온 것은, 중앙과 외국의 자본을 동원하여 짧은 기간 안에 전북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욕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외생적 접근이다. 하지만 중앙 정부나 외국의 투자자는 전북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기업 유치에도 정열을 기울였지만, 기대보다 성과는 적었다.
이 처럼 외생적 전략은 상대방의 의사와 사정에 좌우되고 심지어는 백지화되는 일이 잦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논으로 치면 천수답(天水沓)과 다르지 않다.
이에 필자는 이처럼 외생적 전략에만 치중하느니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서라도 수리시설을 만들어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전북은 생명과 문화의 자산이 풍부하다.
과거 농업은 식량자원의 확보 차원에서 중시되어왔지만, 이제는 식품가공이나 발효식품으로 영역이 확장되고 농작물·생물을 이용한 신소재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이 신물질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과 생산의 단계로 응용되면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필자는 내발적 전략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완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를 꼽는다.
로컬푸드 운동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현지에서 소비하자는 것으로,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정신에 부합한다.
선진국들의 로컬푸드 시장이 전체 시장의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까지 차지하고 있는 데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 만큼 로컬푸드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로컬푸드는 복잡한 유통단계를 축소해 농민에게는 우수한 농산물을 제 값 받고 팔 수 있게 하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있다.
이에 전북도가 적극 나서 완주군의 로컬푸드 운동을 지원하고 타 시군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완주와 전주의 통합추진이 완주군 주민투표로 무산되면서 전주시가 통합과정에서 추진했던 시내버스 단일요금제와 로컬푸드에 대한 홍보와 판매장 지원 등 각종 협력사업을 백지화하고 있어 완주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한다.
전주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치고 언젠가는 반드시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예산부족을 핑계 삼아 이를 백지화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북발전과 화합을 위해, 전북농업의 발전을 위해 근시안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수립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에 완주군 로컬푸드의 성공적인 접목을 위해 전북도는 물론 전주시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기고= 유성엽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