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하고 세우는 목표들이 한가지씩은 꼭 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교 2학년 큰 아들과 생애 첫 반항으로 ‘싫어’라는 소리를 달고 사는 일곱 살 막내딸,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고 온 몸으로 울부짖는 초등학생 둘째 아들까지.... 정말 가끔씩은 어딘가로 떠나버려 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워킹맘이다 보니 다른 어떤 것보다 소리치지 않고 아이들과 평화롭게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 소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겨울 코칭센터 강사님이 이서 배꽃뜰 작은 도서관을 찾아주셔서 부모코칭이라는 교육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보내는 말 한마디에 실린 에너지가 얼마나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강의 시간 내내 절 붙잡은 한마디는 ‘탁월함’이었습니다. 아이의 탁월함을 다 찾아봐주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아이의 단점을 지적하느라 낭비하지 말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제 마음을 쾅하고 내리쳤습니다. 나는 그동안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마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살았으며, 아이의 부족한 점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참 어리석은 엄마였구나...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며칠 전 중학생인 큰 아들이 겨울 방학을 하면서 성적표를 받아들고 왔습니다. 꺼내 본 순간 역시 공부를 안 해도 너무 안한 흔적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단점이 보이는 그 순간, 화를 잠시 멈추고 달리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성적표에서 우리 아들의 탁월함을 어떻게 찾아볼까 하고 말입니다. 교과목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험성적이 아닌 수행평가 점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험 점수와는 달리 수행평가 점수들은 다 최고점 가까이여서 이 점수는 뭐냐고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 해가는 것과 수업태도를 가지고 매긴 점수라고 했습니다. 아, 역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니까 보이는 거구나. 숙제를 잘해간다는 것은 성실함으로, 수업태도가 좋다는 것은 집중력과 긍정적인 태도로 제 마음에 다가왔고, 아이가 가진 탁월함을 충분히 칭찬해줄 수 있었습니다. 성적표의 등수와 시험 점수만으로 아이를 판단했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이 아이의 탁월함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부모코칭 수업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비단 아이들과의 문제만일까요? 살아가면서 관계 맺는 많은 사람들, 나하고 다른 생각,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못 마땅해하고 간혹 술자리의 안주처럼 씹기도 하며 보낸 시간들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했던 적이 저처럼 있으시진 않으셨나요? 부모코칭을 배우면서 마음이 먹먹해졌던 건 그동안 뱉었던 말들이 타인의 부족한 면만 보고 질타하거나, 내 기준에 맞춰서 다그쳤던 것들이었다는 마음 아픈 인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새해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 번 해봅니다. 만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자신의 탁월함을 열심히 찾아보겠다는 다짐입니다. 믿음직함, 배려, 봉사, 사랑, 사려깊음, 상냥함, 소신있음, 신뢰할 만한, 대견한, 열정적인, 예의바른, 용기있는, 유연한, 이상을 품은, 인내하는, 이해깊은, 절도있는, 정돈된, 정직한, 진실한, 창의적인, 책임감있는, 따뜻한, 긍정적인, 성숙한, 아름다운, 리더쉽있는, 진취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품고 있는 탁월함을 표현하는 말들을 다 찾아보려면 정말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이 표현들은 소리 내어 되뇌어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말들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에게 소리 내어 이 선물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것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내 마음이 비판을 위한 잣대들로 꽉 차 있으면 탁월함이 아닌 부족함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은 내려놓고 상대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찾으려고 노력해야 보이는 것들이므로 이 선물은 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받는 사람 또한 마음이 연결되어 있어야 이 선물을 진심으로 고맙게 받을 수 있겠지요. 설날 아침 빚어내는 만두를 보면 똑같이 만들려고 해도 크기도, 모양도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것은 앙증맞고 다른 것은 엄청 크기도 하구요. 일부러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 것만 같습니다. 나와 다른, 내 마음과 다른 사람들과 마음이 연결되는 기쁨을 누려보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탁월함을 선물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서소영= 약사(이서면 하나로약국)
최종편집: 2025-06-24 0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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