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에는 온도가 크게 떨어져 감나무가 많이 얼어 죽었고, 동해를 입은 감나무는 세력이 약해지면서 나무 잎이 일찍 떨어지는 현상까지 겹치게 돼 금년 감작황은 평년작을 훨씬 밑도는 흉작의 해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이 곶감건조에 좋은 가을 날씨가 지속되어 12월초부터 곶감시장이 열리고, 농가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한 품질 좋은 곶감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우리군은 598여 농가가 458ha의 감을 재배하고 있는데, 연간 3,840톤 정도의 감이 생산, 이중 곶감으로 78% 정도가 가공·출하되고 있고, 생과 8.6%, 연시,홍시 7.7%, 감식초 5.9% 등 다양한 형태로 출하돼 연간 매출액이 26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에 따르면 생산된 곶감의 대부분이 직거래형태로 출하되고 10%정도만이 고산·운주농협을 통해 계통 출하되고 있는데, 이처럼 계통출하 보다는 각 개인이 중간상인이나 곶감시장 등을 통해 90% 정도의 곶감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품질의 등급화나 브랜드화가 취약하고, 판매가격도 일정치 못해 곶감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에서는 2007년부터 52억원이 투입된 감산업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산·학·관·연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감제품 연구개발과 상품화, 마케팅지원 등 감의 산업화 촉진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2008년에는 박피기나 건조장 등 곶감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28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여, 감이 우리 군의 고소득 특화품목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을 착실히 닦아왔다.
또한 감산업클러스터 사업에 이어, 농식품 선도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해 감가공 관련 산업체의 시설개선과 제품개발, 마케팅역량 강화, 감잎의 기능성검증 사업 등 감산업의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화 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완주 감산업은 구조적인 취약점이 많기 때문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연차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인 고려와 재배농가들의 공감대 형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 감이 경쟁력 있고 특화된 품목으로써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첫째, 감을 재배하고 곶감을 생산하는 농가들은 과거 관 의존적인 관행적 구태에서 과감히 벗어나, 먼 안목에서 감산업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군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일어 설 수 있는 정신적 재무장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원칙에서 벗어난 무리한 지원을 요구하거나, 사업성과를 부정적으로 왜곡시키면서 일부 지역토호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에 편승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모습은 생산농가의 역할을 망각한 어두운 자화상으로 투영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둘째, 우리군의 감재배면적은 전북의 56%를 점유해 전북권에서는 곶감 주산지로써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나, 전국의 1.7%에 그쳐 상주나 영동곶감처럼 유통시장에서 교섭력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산지나 논, 밭뚝에 심어져 집중관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병해충 피해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 감의 과원화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감을 유통하는 직거래 시장을 조성하여 곶감생산농가의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주어야 한다.
셋째, 곶감판매는 “명절특수”라는 한계성을 벗어나 연중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과 브랜드화, 홍보 마케팅, 소포장 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가 연중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완주군조합공동법인에서 통합브랜드로 개발한 “완주무결”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통합마케팅에 참여하는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넷째, 직거래 장터나 “곶감데이”와 같은 직거래기회를 확대시켜 줌으로써 곶감유통의 90%정도를 점유하는 직거래유통을 활성화 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군에서는 “2013년도 완주곶감데이”를 2014년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고산특화시장에서 개최해 생산농가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공간을 마련하고, 곶감판매코너와 품평회, 체험장, 기자재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감잎차, 감식초, 감말랭이, 감잎국수, 마스크팩, 감잎탈취제 등 그동안 개발해온 다양한 가공품도 전시 판매 할 계획이었으나 농가들의 무관심으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 완주곶감이 과거의 명성을 잃고 침체됐던 이유가 우리에게 있었다면 그 명성을 쫓는 일도 우리의 몫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완주곶감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특화된 지역 소득작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변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모두 깊게 생각해보고, 감 생산농가 모두가 그 변화의 중심에 서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복기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