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편(敎鞭)을 여러 해 잡았다. 이는 ‘매[鞭]’를 들었다는 이야기이니 오늘날 ‘학교 폭력’을 다잡는 인심에서 보면 그 원죄가 교편 잡았던 교원 일부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손으로 돈 세어 수판 놓아 수기하던 행원이 전산화시대를 맞아 지점장이 되어 여신·수신 업무로 머리가 희어진 율봉(栗峰)이나, 쇠를 깎고 기계 조이는 수천 산업 일꾼을 기르다가 정년 아직 먼데도 자리를 비워준 작촌(雀村)이나, 자영업 접고 환농하여 쇠비름 뽑으며 곡식 가꾸는 성암(聖菴) 외에 수동, 욱원, 은규, 광준, S, H 예쁜 얼굴들이 11월 짧은 해 멀리서 시골 대사집에 들렸다가 갈길 늦춰 만찬 베풀기를 한두 번이 아니니 처음엔 당황했고, 두 번째는 미안했으며, 세 번째는 염치없어 번쩍 떠오른 게 ‘선생 호칭 반환’이 내 할 인사란 생각이 들었다. ‘율봉’은 자유인이라며 고향 선후배 만나 대접하기가 재미(?)란다. 나무 다듬다 솥을 태웠다는 망치든 ‘작촌’이나, 농산물 헐값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땅 놀릴 수 없어 흙을 파는 ‘성암’ 외 여러 분은 이 위인이 엄두도 못내는 일을 척척해 낸다. 그 패기와 능력 앞에 보탤 말이 없어 그 들이 부르는 ‘선생’ 소리가 거추장스러워 반환을 고백한다. 페스탈로치에게 자복하며 하나님 앞에 사죄함이 마지막 도리다. 약자 챙기고 실천하는 겸손 앞에는 나이도 항렬도 경력도 무용지물 아닌가? 호주 가는 조카 딸 만일을 위해 항공료 100만원을 주었다는 아들 얘기 등 아는 사람 모두가 스승이다. 퇴계도 율곡도 선생 자리 물린 이야기가 있다. 율곡는 이 고장 임윤성에게 ‘성덕군자(成德君子)라 했으며(任某之博識可謂成德君子何見之晩也)’, 예수는 제자 발을 씻었다. 밀리면 끝장이라며 싸우는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이 시대의 양심으로 받아주기 바란다. ‘선생 호칭 반환’이 ‘떡과 팥죽’으로 장자 명분이 넘어간 ‘에서, 야곱’ 형제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제자 내리사랑이 클수록 내 소망은 적어지기에 무척이나 기쁘다. 이 글을 송구영신 연하장에 대신한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9: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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