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7월에 새로 산 전자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읽다가 참을 수 없는 갑갑증을 느꼈습니다. 그 설명은 우리말로 풀이한 내용인데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인터넷시대, 영어사용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 한글이 점점 홀대가 심해지고 있음을 알았고 걱정이 앞을 가립니다. 한글이 오늘날 처하게 된 어려운 상황과 왜소해진 풍모를 생각하면 우리 삶의 일그러진 단면을 웅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언어는 우리의 사고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언어학자에 의하면 언어를 통해 개념을 갈무리하고 언어를 통해 사유를 확장함으로써 인류는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은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는 것은 ‘집안청소’에 비유했는데 집안이 지저분하면 식구의 마음도 혼란스러워지듯이 우리말과 글이 엉망이 되면 국민정신이 해이해지고 나라의 힘도 약해진다고 합니다. 이해인의 시 ‘나를 키우는 말’은 좋은 말이 사회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노래합니다. 오늘날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였는데 우리는 다 같이 이 시를 생각해 봅시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를 말하면서 다시 알지!’ 현대는 인터넷에서 우리말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들이 범람하고 있고 지도자들도 막말을 쏟아내고 있으며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대학 졸업자들의 국어 실력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이 나라를 이끌고 갈 젊은이들이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떨어져있고 발표능력도 부족하다니 위기의 국어교육을 정상화시켜 경쟁시대에 대비하는 우리가 되자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선진국은 자기의 견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생존의 무기’가 된다는 방침아래 최근에 학생들에게 연극과 미술교육은 물론 감성교육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의 송나라 시대학자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삼다(三多)를 권했으니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하며,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교육이 부실했으니 ‘국어가꾸기’에는 관심이 적고 생각없이 외국어만 선호하는 풍토가 없어져야 합니다. 자기나라 말을 쓰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민족의 주체성도 약해지고 국가 경쟁력도 떨어지는 놀라운 사실을 명심합시다. 우수한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부가 국어기본법을 발효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니 한글 사랑의 진전된 사항입니다.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민족의 영혼이 담겨 있는 문화의 저장고입니다. 우리처럼 언어 약소국에서는 자기언어, 자기 글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제일의 방법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 민족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보급하여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민족중흥의 길이요, 세계화에 앞서가는 길은 우리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계승 발전 시키는 길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동해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 지켜야 할 자랑스런 우리글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김양옥 =전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
최종편집: 2025-06-24 09:47:41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