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가까운 사랑의 관계와 친밀감이라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때 실패로 끝난다.
결혼생활에서 분노의 감정을 창조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내면적으로 억누르게 되면 부부간 다정한 감정표현은 불가능해지고, 사랑의 내부적인 중심도 시들어 버림으로써 결혼생활의 질은 약화되어진다.
우리는 흔히 화가 나면, 먹는다, 잔다, 술을 마신다, 약을 먹는다, TV를 본다, 운다, 사람들을 피한다,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일에 몰두한다, 그 대상에게 사과하고 더 잘해준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엉뚱한 데에 화풀이를 한다 등의 방법을 취한다.
그러나 위의 예들은 분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아니라 단지 분노를 회피하고 부인하는 방식들일 뿐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내가 무엇에, 무엇 때문에, 얼마만큼 화가 났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분노를 다스리는 것에 계속 실패하게 된다.
사실 그 누구도 화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자극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분명히 선택할 수 있다.
분노는 일반적으로 오해에서 발생하며,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기대감이 그 기초가 된다.
분노는 내면에서 발생하여 육체적인 폭력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분노가 일어날 시, 이를 무조건 삭이거나 폭발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을 습관적으로 취하기보다는 이를 변화시켜야 할 하나의 증상으로 인식하여 이의 원인을 찾고 제거해야 한다.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과 생각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적어보면, 자신의 반복되는 부정적 행동유형을 인식하게 되고, 자신이 늘 비슷한 이유로 화를 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분노는 지금의 상대방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미해결된 감정의 응어리들이 현재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과거의 미해결된 감정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은 아주 도움이 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분노를 어린 시절, 부모에게 표출하지 못한 억압된 분노가 현재의 관계에 표출되어 친밀한 관계를 방해하고 생을 퇴행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분노라는 감정적 반응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가족관계에 있어 최소한 두 세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가 분노를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대한 통찰은 자신의 분노반응에 대한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분노는 사랑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때론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감정으로 사랑이 생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듯 사랑의 뒷면인 분노를 어떻게 처리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우리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분노라는 감정이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음을 선택한다.
주디스 올로프라는 학자는 자기보존을 위해서 48시간 이내에 화를 내보내야 함을 강력히 권고한다.
일기를 쓰면서 모든 악의를 발산하거나 아니면 악의를 없애달라고 기도를 해도 좋을 것이다.
화가 몸 안에서 굳어버리지 않게 호흡을 하면서 명치에 있는 감정 에너지 센터로 화를 내보낸다.
몇 분간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평온함을 들이마시고 화가 지닌 독성을 내보내도록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여 있으면 지금 현재의 나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축복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는 인간관계와 커플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감과 친밀감이라는 선물을 놓치게 되는 장애로 작용하게 된다.
분노가 자신의 감정임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분노의 근원을 직면하고 분노를 자신의 의식으로 통합시켜 체험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낮추고 파트너끼리 서로 협조하여 분노라는 적을 다룰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성희=우석대 아동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