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명이 뭐냐?’ 물으니 얼른 대답 하지 못한다. “‘목숨’을 모르느냐” 나무랄 일이 아니어서 웃음으로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에는 “명이 짧다.” 사주팔자에 나왔고, 명 짧은 형제자매가 많아 죽음이 두려웠으며, 비는 말과 덕담에 반드시 ‘무병장수’가 들어갔다. 청소년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북망산천 멀다지만 가네 가네 나는 가네…” 상여소리 들은 적이 없어 죽음을 알 리 없다. 전엔 오래 살도록 영수(永壽) 장수(長壽)라 이름 짓고, 더러는 ‘개똥이’ ‘망아지’ ‘돼지’ ‘오쟁이’ ‘마당쇠’ 등 아주 험하게 부른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명이 길어 80살은 보통이고, 100살도 흔하다. 1902년(고종39) 조정에서는 고산현 106세 노인 김제상(金濟相)에게 장수상을 내렸다. 오래 산 사람 이야기는 성경에 많으므로 여기서는 ‘단명(短命)’한 국왕을 알아본다. 조선조 24대 헌종(憲宗) 임금 재위기간이 15년(정확하게 14년 7월)이다. 대통령 임기 5년에 비하면 3배 일수도 있으나 여덟 살에 즉위해 23수를 했으니 소년 죽음 아닌가. 아들마저 없었다. 뒤를 이은 철종(哲宗) 역시 재위 기간이 고작 15년(14년 6월) 8인의 부인이 있었으나 딸 하나 겨우 낳고 32세에 가신다. 조선은 여기서부터 기울었다고 봐야 한다. 애석함을 달래는 말이 ‘천명(天命)’이다. 아들 보낸 부모님을 위로하는데는 ‘천명’ 이외 달리 쓸 말이 없었다. “제명대로 못산다.” 이는 ‘죄인’이나 ‘악한 자’를 두고 썼다. 지금 세상은 ‘사람 목숨[명] 하늘에 달렸다’가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과 의사 능력으로 본다. 병나면 약국·의원 달려가고 보약 먹으며 건강관리 잘하면 ‘99 팔팔’이 거뜬하단다. 의사들은 산소 호흡기를 써서라도 명줄을 꼭 붙들어 놓아 대접 받으며 부자 된다. 이러다 보니 통계청에서는 노인이 한 해 더 살면 1천5백만 원씩 더 는다는 계산까지 해 내놓았다. 명이 주체인 세상을 산다. 요양원은 ‘요연원(療延院)’이 됐다. ‘명을 연장’하는 장수 노인들 요양원에 갈 수 있으면 이게 복이고 자녀 요양비용 잘 대면 큰 효자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9:54:20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