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나 ‘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지역공동체니 마을공동체니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공동체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공간적 범위를 기반으로 공통의 신념과 목표를 지향하며, 구성원간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전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즉 마을이나 지역은 이미 공동체적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왜 새삼스럽게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할까? 그것은 지역의 해체, 마을의 쇠퇴와 관련이 있다. 3~40년 전만 해도 마을은 굳이 공동체라는 말을 거론하지 않아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았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이농현상과 농촌의 공동화, 빈곤화로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다시 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쇠퇴한 마을, 해체된 지역을 되살릴 궁극적인 대안이 공동체 형성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지역이 완주군이다.
완주군은 그동안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농촌활력사업을 통해 많은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마을회사 111개소, 두레농장 10개소, 커뮤니티비즈니스 41개소, 로컬푸드 관련 5개소, 여행사업단 1개소 등이다.
단순히 공동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활성화시켜 ‘로컬푸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와일드푸드 축제를 통해 완주만의 차별성을 드러내며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와일드푸드 축제는 이제 3회째 치러졌지만 3일간 17만 명이 찾아와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완주군의 사례를 본받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라북도가 다른 지자체보다 일찍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한 이유는 “농촌을 살리지 않고서는 전북의 활로가 없다”는 절박성 때문이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농촌의 공동체 활성화 정책은 전라북도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였다.
그래서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마을만들기지원조례(2009년)를 제정하였고, 행정조직에 ‘마을만들기’ 전담팀을 두었다.
또한 광역지자체 최초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마을만들기협력센터’를 구축·지원하여 민관협력 마을만들기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삶의질정책과’를 신설·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단위사업으로는 ‘향토산업마을 조성사업’(2013년 현재 111개소)과 같은 공동체 기반의 주민소득 향상 사업이나 농촌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13개소, 시군별 1개소) 등이다.
이는 우리 도만의 특색 있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들로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안전행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마을기업 육성사업’도 마을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마을공동체를 되살리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우리 도에서도 2010년부터 47개 마을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35개 마을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러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요소는 마을주민들의 참여와 의지, 그리고 책임감이다. 그것이 없다면 자립할 수 없고 자립할 수 없는 공동체는 생명이 짧다. 완주군의 마을공동체가 잘 운영되는 이유도 주민들의 자발성과 참여의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농촌공동체의 활성화는 그 결실이 농촌 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소비자들과 연결이 되어 결국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게 된다.
지역을 살리고 더 나아가 건강한 국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 그것이 바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인 것이다. 농촌 곳곳의 마을공동체가 살아나고 도시와의 상호교류가 활발해진다면 한 배에 탄 운명공동체인 전라북도의 미래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성일(前 전라북도 행정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