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은 겨울에 비해 환절기인 봄철이나 가을철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환절기의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에 인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감기가 걸리고 비염이 심해지는 것인데 가을은 오장육부로 보면 폐, 대장 기능에 이상이 오기 쉬운 계절입니다. 또한 가을의 기후가 무척 건조하기 때문에 폐와 기관지 등의 호흡기가 예민해지기 쉽습니다. 폐의 기운이 강해야 코를 비롯한 기관지, 인후, 피부의 상태가 건강합니다. 그로 인해 밖의 날씨가 추워도 코와 기관지 등을 거치며 따뜻한 공기로 바뀌어 폐에 직접적으로 찬기가 유입되지 않고 바깥 공기와 맞닿은 피부가 온도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환절기에 비염이 자꾸 심해진다면 원기나 폐의 기운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폐의 기운을 보강하며 사기(邪氣)를 밖으로 내쫓는 치료를 받는다면 비염 환자도 건강한 환절기를 보낼 수 있습니다. 감기는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발열, 두통, 전신 쇠약감, 근육통, 기침, 인후통, 객담, 콧물, 코 막힘 등 증세가 매우 다양하며, 설사 같은 소화기 증세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바이러스일지라도 개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반 감기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면 단순 감기 수준을 넘어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합병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반드시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평소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폐 질환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면 급성 호흡 부전으로 악화될 소지가 있으므로 즉각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음식을 골고루 잘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신체의 방어력, 면역력을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기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선 따뜻한 차를 자주 복용해서 한기(寒氣)가 몸에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에 마시기 적당한 차로는 오미자, 계피, 모과차 등이 있으며, 또한 생강차의 경우 감기 초기에 복용하고서 땀을 내주면 좋습니다. 한편 가을은 오색(五色) 중에 흰색과 관련이 있으므로 흰색 야채인 마늘과 양파를 섭취하여 호흡기의 질환을 예방하고 몸을 단련시킬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 생맥산(生脈散)을 즐겨 복용한 것처럼, 가을철엔 폐 건강에 이로운 도라지, 은행 등을 배와 같이 끓여 꿀을 넣어 마시면 좋습니다. 도라지는 반찬으로 해서 먹어도 좋고 차로 끓여 마셔도 좋습니다. 일단 감기에 걸렸다면 외출하고 난 뒤 손발을 잘 씻고 소금물로 코와 목구멍을 헹궈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폐는 건조하고 차가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은 되도록 먹지 말고 가습기를 사용하여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흔히 가습기는 겨울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가을철에 건조한 기운이 심해지므로 이때 가습기 사용을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건조해지기 쉬운 인후를 위해 입을 축일 정도로 소량의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합니다. 그리고 실내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외출 시에도 보온을 위해 여벌의 옷이나 목도리 등을 준비하여 외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선미=완주요양병원 한방3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