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수험생을 둔 부모의 마음은 안타깝다.
공부에 짓눌려 허덕이는 자녀들의 건강도 걱정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시험에 좋은 성적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쉽게 접을 수가 없다.
그래서 찾게 되는 것이 총명탕이다. 총명탕은 맹자가 건망증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이다. 하지만 이런 약들이 아무나 상관없이 모두에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 아래 각 개인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그에 맞게 투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함부로 약을 쓰게 되면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 되고 만다.
한의학은 몸 전체의 균형을 바로잡아 신체를 정상 상태로 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머릿속이 맑지 못하면서 학습 능률이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총명탕 하나로 모든 사람들이 다 효과를 볼 수는 없다.
그보다는 개개인이 갖고 있는 체질적인 약점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그에 적합한 처방을 써야 한다.
실제로 임상에서 수험생들을 진맥해보면 두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심장, 간, 폐, 대장, 소장 등의 맥이 몹시 긴장되어 있거나 약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시험에 대한 정신적 긴장감과 오랜 시간 쌓여온 육체적 피로가 오장육부의 기능을 원활치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만 허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 성적까지 떨어지게 마련이다.
수험생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보자.
우선 수험생에게 가장 많은 게 변비이다. 대소변이 시원하게 배출되지 못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특히 변비로 고생하면 탁한 기운이 역류하여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고 머릿속이 뿌옇게 맑지 못하게 된다.
이때는 자음강화탕, 윤장탕, 궁귀탕 등을 처방하면 변비도 개선되고 머리를 맑게 하는 총명탕이 될 수 있다.
공부하려고 책상에만 앉으면 꾸벅꾸벅 졸고 잠이 와서 고민인 학생들이 있다.
항상 잘 먹으니까 덩치는 남산만하게 크지만, 비위 기능과 양기가 허해서 땀도 잘 흘리고 눕기를 잘 하며 음식맛에 민감해서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 기능이 허하면서 양허(陽虛)하면 졸립다”고 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먼저 비위 기능을 튼튼히 하면서 양기를 북돋워주어야 한다.
식곤증으로 시달리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식사만 하고 나면 졸려서 맥을 못 추는 수험생들이 많은데, 이 또한 비허(脾虛)해서 오는 현상이다.
배가 고프면 기운이 없고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졸립고 사지가 나른해지면서 축 처지는 증상이 아주 심하다면 이는 서둘러 치료하는 게 좋다.
비위가 허할 때에는 삼출건비탕, 향사육군자탕, 삼출탕, 보비탕 등을 투여하면 효과적인데, 이와 아울러 식후에는 반드시 200보 내지 300보를 천천히 걷도록 한다.
그리고 손으로 배를 천천히 문질러주면 소화 작용도 촉진시키고 위장 속에 있는 나쁜 가스를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약 식후에 막바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게 되면 비장이 더욱 허약해져서 고생하기 쉽다.
아마도 수험생들에게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긴장성 징후들이 있을 것이다.
시험 때만 되면 잔뜩 긴장이 되면서 배가 아프기도 하고,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다가 시험이 끝나면 그치는 경우도 있다.
머리가 아프고 토한다든지, 시험지가 젖을 정도로 손에서 땀이 난다든지, 가슴이 답답해오면서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는 모두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예민하거나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또는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이처럼 수험생들에겐 각자의 체질과 섭생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므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이정인 (완주요양병원 한방2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