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각 면마다 주조장이 있었다. 화산(유맹석), 경천(이존형), 고산(이존형), 동상(유일동), 봉동(유종렬), 비봉(유준상) 주조장 주인은 우선 부자에 들었다.
유준상은 초대 국회의원을 했고, 이존형은 3대 민의원에 출마했으며, 유일동은 동상면을 좌지우지했는데 봉동에 진출한 유종렬은 바로 그 아들이다.
양조장이 소주, 맥주, 양주에 밀려 사라지고 오직 고산과 동상면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다가 고산양조장은 근래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다.
배고픈 시절 장꾼들이 주장에 들려 술 한 되 불러 마시며 손가락으로 새우젓 왕소금을 집어먹던 부끄러운 꼴이 사실임에는 틀림없다.
이 당시로 돌아가자는 퇴행이 아니라 고장의 명품 명맥을 보전해 너도 나도 다 함께 잘 살아보자는 지방민의 소박한 기대이다.
2013년 9월 4일 고산시장을 새 터로 옮겨 판을 벌렸으니 이 기회에 ‘고산양조장’도 되 일어났으면 하는 소망이다. 며칠 전 맛을 본 일본 청주 ‘玉乃光(たまの ひかり-Tamanohikari)’ 자랑이 아니라 그 지속성이 부럽다. 1673년 창업했으니 그 역사가 340년이다.
우리나라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풍토 속에서 배울 바가 많다.
고산 간선도로 양편 가게 2대 가는 걸 보지 못했다. 웬일일까? 이게 고산읍내 점포 변천사이니 해답을 찾아야 한다.
‘먼 곳 단 장이 가까운 쓴 장만 못하다’ 하지 않나. 내 것 우리 고장을 아끼고 지켜야 대접받는다.
‘고산양조장’ 부자 되어 덕 보자는 게 아니라 우리의 자존심 ‘고산현 정신’을 발휘함은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는 일이다.
고산 역사 1,500년인데 쓸만한 돌, 볼만한 나무, 기억나는 인물이 없으니 한스럽지 않은가?
내 고장 술이라도 실컷 마시고 흠뻑 취해 큰소리 한 번 치며 살아보지 않으려나? 전에 운주면 박기준 씨 막걸리 마시며 애경사에 막걸리만 보내고도 관선 민선 면장 하기 싫을 때까지 했다.
‘로컬푸드’ 가양주 맛은 화산면 가양리 심곡 오 여사 집 솜씨가 으뜸이다. 술쌀로는 삼양들 흰쌀이 제일이다. 일본 술에 쓰는 쌀 雄野米(おまち こめ-Omachi rice)처럼.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