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남자 아이가 둘, 그리고 네 살 된 아들, 세 살 된 딸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집사람과 ‘TV’와 ‘컴퓨터 게임’ 으로 싸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디지탈 치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나는 이 책을 내 아이들에게 바친다. 내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고, 그래서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을 남김으로써, 지구 온난화와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그리고 현 시대의 숱한 다른 큰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녀를 낳기로 결심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책 서문을 발췌한 것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자녀를 낳기로 결심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는 구절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러한 가치가 ‘나의 부모님이 어린 시절 나에게 보여준 가치이기도 하고 이것이 마치 백신처럼 내게 수용되어 평생을 함께하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를 합니다.
‘아이’, ‘애’라는 말은 ‘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깨지기 쉬운 ‘알’처럼 소중하고 귀중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알 속에는 아직 날개가 없고 부리도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멋진 부리와 날개가 돋아납니다.
그런 소중한 아이들이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어머니’는 ‘얼많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얼’이 많아서 큰 애에게도 작은 애에게도 얼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어머니’이고 ‘알’을 받아 주는 사람이 ‘알받이~ 아버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 조상의 ‘얼’을 이어받는 사람, ‘얼 이은이’ 가 ‘어린이’가 된다고 합니다.
앞서 인용했던 저자처럼 나는 이런 소중한 아이들에게 좋은 ‘백신’같은 것을 놔 준적이 있던가? 반문해 보았습니다.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얼’과 ‘알’을 말입니다. 그것이 생활신조든지 생활태도든지 말입니다.
요즘은 다들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특히 아이 키우는데 옷 입는 것, 먹는 것 뿐 아니라 특히 교육을 포함한 ‘돈’ 이 많이 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 두 아이만 낳아서 ‘올인 원’ 한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기 힘든 것이 꼭 ‘돈’ 때문이겠습니까? 식상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은 ‘돈’을 먹고 자라는 것이 아니고 ‘사랑과 관심’을 먹고 자란다는 말도 들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많다 보니, 그리고 부모가 일이 많고 바쁘다 보니 아이들이 TV나 컴퓨터를 먹고 자랄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보채거나 부모가 일이 바쁠 때는 TV를 켜놓고 보여주는 것이 조용하고 속이 편하여 그리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글자를 배울 때도 TV 나 컴퓨터로 클릭해서 배우는 것보다는 연필로 쓰면서 글을 배우는 것이 뇌 부위를 더욱 활성화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TV는 부모나 다른 사람과의 연대감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을 포함한 과도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오히려 뇌를 덜 이용하게 되고, 결국 시간이 갈수록 뇌의 능력이 감소하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에는 뇌의 형성도 방해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뇌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는 근육을 사용하면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것처럼 뇌도 사용하면 특수한 능력에 해당하는 부위가 성장한다고 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성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과 학습은 사람의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데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컴퓨터에서 단순히 피상적으로 하는 검색이나 훑어보기로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학습은 적극적으로 부딪히고, 정신적으로 고민하면서 사고의 고리를 이어가고, 질문해보고, 분석하고, 내용을 새로 합성해냄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요즘은 평소 자주 쓰던 물건 이름이나 친한 친구 이름이 입속에서만 맴돌 때가 있습니다.
어느 책에 나이가 들어 아이들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뇌가 노쇠해서가 아니고 ‘호기심’이 줄고 ‘관심’이 분산되어서라고 합니다.
그나마 그것을 위안 삼아 연속극 TV를 끄고 오늘도 아이들 앞에서 책을 엽니다. 내 치매 예방과 아이들에게 남길 ‘백신’을 위해...
/김재엽 =전주우리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