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조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주유소 옆 담장에 수세미나무를 심었었다.
페인트 통을 구하여서 흙을 퍼다 담고 심어서 물도 주고 타고 올라갈 사닥다리를 새끼망을 엮어서 쳐주고 정성을 들여 상당히 키워 놓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물을 주지 않고 돌보지 않음으로 인하여 말라 죽고 말았다.
또 그 후에 채송화도 심어서 꽃을 보려면 물을 열심히 주라고 하였다.
그 조카가 초등 5학년쯤 되었을 때 축구선수를 하고 싶다 하여 자기 부모에 허락을 맡고 그러겠다고 하기에 기왕 시작하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하다가 중단하면 그때까지 기울였던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만다하며 전에 네가 수세미를 심고 가꾸다가 그만 두게 되니 페인트 통을 얻어다 자르는 노력, 흙을 퍼다 담은 노력, 새끼줄로 망을 엮느라 고생하고 물을 주었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지 않느냐고 하면서 열심히 할 것을 당부했었다.
엊그제 추석을 지내며 그 조카가 벌써 중·고 시절 축구를 계속하고 이제는 대학교에 축구선수로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되었다기에 그 힘든 선수생활을 잘도 견디어 왔구나 했더니 처음 시작 할 때에 고모부께서 말씀하신 중도에 그만두면 지금까지 노력이 허사가 되겠다는 가르침 때문에 열심히 했다고 대답하기에 고맙기도 하고 어떤 책임도 느끼는 듯하였다.
그런데 추석연휴를 마치고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그동안 봄부터 화분 15개 정도에 국화를 심어 놓고 열심히 물을 주어 왔었는데 며칠 무척 더웠고 물을 주지 않아 국화 화분이 모두 말라서 잎이 전부 말라 물을 주어도 몸살을 앓았기에 꽃이 좋게 피기는 영 그른 것 같다.
원래 국화꽃이 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하고 또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고 가을에 무서리가 내려야 피는 노력이 많이 들어야 피어나는 꽃인데 가을의 문턱까지 잘 물주며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한 순간에 허사가 되게 되었다.
자신을 돌아본다. 아랫사람에게 훈계하고 가르치기 전에 부끄러움 없이 자신은 잘하고 있는지를 생각할 때 앞으로는 아랫사람에게 가르치기가 어려울 것 같아진다.
/기고= 최병현(68) 고려주유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