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기도하는 목사를 봤다. 절에서 천일기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편지 말미에 ‘…기원(祈願)합니다.’ 무심코 많이 썼고, 종이에 ‘기도문’ 적어 읽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어버이날’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피상적인 행동이 미안하며 나이든 어른들일수록 할 일은 오직 기도뿐임을 알았다. 서울남부버스터미날에서 기다리는 승용차에 타니 50대 기업인은 쉴 새 없이 전화를 주고받는다. 들리는 일부 내용으로 보아 베트남과 몽골 작업현장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직원에 줄 비타민과 정관정, 심지어 메리야스 속옷까지 챙기라는 치밀한 지시며 출발과 귀국 일정 조율 등 숨 막히는 통화이다. 좁은 땅 내 나라에 일거리가 없으니 해외로 일감 찾아 갔고 두뇌 영토 경쟁시대에 피 마르는 격무에 여가가 없다. 곧 서울대학병원 입원실에 들어섰다. 주사 한 대 500만 원짜리 40대를 맞았다지만 눈을 감고 있다. 입을 다물었다. 휠체어에 실려 다닌다.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수액주사 봉지를 부지런히 갈아 매단다. 이러하기 여러 해 그동안 콩팥 이식을 했고 머리 여는 수술도 했단다. 딱한 꼴 참혹한 모습에 어안이 벙벙 할 말이 없다. 도대체 어른들은 무얼 해야 하나? 궁여지책 생각난 게 오직 ‘축천기도(祝天祈禱)’뿐이다. 옛날 《효열전》을 보면 ‘축천기도’를 통하여 영험 본 사실이 있다. 마침 12시 점심시간 의사, 간호사, 직원, 환자, 면회자가 몰려 나와 대목 장판과 같다. 마을마다 경로당, 복지관, 공원, 심지어 ‘다리’ 아래에도 노인이 많다. 어른들 염원이 무언가? 나라 걱정과 아들딸 청년들을 위한 ‘축천기도’가 오로지 어른들의 몫이다. 이게 대접 받는 방도이다. 끼니마다 입에 들어 가는 소중한 밥이 이들 덕분이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성공을 위해 노인들이 진정 고민할 때이다. 40대의 흰머리가 가엾지 않나? 다음 주에 추석이 있다. 이들의 지갑은 자꾸 얇아진다. 명절날 소리 없이 보내면 복 있는 노인이다.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가을 오니 나무 잎새 누렇구나)’ 노인들 기도할 날 많지 않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10: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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