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작성 중 실수로 글이 날아가 다시 썼다.
품 팔러가 이 꼴이었다면 삯 받기는 고사하고 쫓겨날 일이다.
농촌 여인들 품삯이 보통 3만원, 뙤약볕 힘든 일은 4-5만원이라는데 의미심장한 말이 뒤따른다. 독거 노파 통장에는 돈이 있으나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사는 노인은 돈이 없단다.
생산은 함께 해도 살림 주관자가 아니라서 용돈 만지기 어렵단다.
일꾼 등급이 여럿이다. 밥만 먹고 일하는 ‘꼴머슴’이 있는가 하면, 새경 많이 받는 ‘상머슴’이 있었다.
1년에 쌀 열 가마를 받았다면 지금 시세로 160-70만원 정도이다. 고봉 밥 많이 먹고 일 잘해야 1등 장정 소리를 들었다.
함께 일하던 놉이 점심 때 몇 술 뜨더니만 밥 생각이 없다며 수저를 놓는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밥상 앞에서 식구 생각이 나 도저히 자기 혼자만 먹기가 거북해 ‘샛밥 먹은 지 얼마 아니 돼서 밥 생각이 없다.’고 핑계 댔던 것이란다.
이를 알아차린 후덕한 부엌 인심 안주인이 그의 밥과 또 한 그릇에 반찬을 챙겨 그 집에 갖다 주었다.
먹을 때 일꾼 애들이 오면 주걱으로 밥을 꾹꾹 늘러 퍼주셨던 어른의 발인식장은 울음바다를 이뤘다.
일꾼도 그의 처도 아이들도 따라 울었다. 가신님 부덕이 그리워서이다.
행동이 느려 막차라 부르는 속 좋은 일꾼을 만나 ‘며칠 날 일 좀 와’ 부탁하면 ‘예’이다. 뉘 일은 해주고 ‘아니 되고’ 할 수 없으니 ‘예’ ‘예’이다. 낭패는 당일 아침이다. 몸은 하나 갈 곳은 여럿이니 식전에 만나 데려가는 사람이 임자이었다.
농사는 공동 작업인데 텅 빈 농촌이 되어 부자도 호락질을 한다.
기름값, 음식값, 부조금은 늘어 옛날 한 해 새경 160만 원이 한 달 쓰기도 빠듯하다. 이를 어찌 하랴. 살림 규모를 줄이고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
정년 없는 농사꾼 요양원에 가지 않고 죽으면 행운이란다.
쇠고기 한 근에 3만5천원 좀 심하지 않나. 잘 먹어야 일하는데 너무 비싸다. ‘혹 고지 먹어 봤나!’ 오늘이 마침 ‘백중날’이다. 혼자라도 한 상 차려 드셔야지. 작물은 말라가고 무성한 잡초가 도전해 오니 입맛이 없다고?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