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지나치게 여름을 타는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서병(暑病)’이라고 부른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러한 서병을 방지하고 여름철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리법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찬 음식을 즐겨 먹지 않도록 합니다.
여름철에는 바깥의 더위를 견디기 위해 인체의 모든 양기(陽氣)가 피부 겉으로 몰려나오거나 상체 쪽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반대로 뱃속이 허해지고 냉해집니다.
따라서 겉은 뜨겁고 속은 차가워진 상태에서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서 구토와 설사 및 복통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찬 물은 양치만 하고 뱉어버리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옛날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여름철에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음식인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을 먹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 따른 선조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째로, 성 생활을 절제해야 합니다.
여름철은 잎이 무성하지만 반대로 뿌리는 약해지는 시기입니다.
또한 하늘의 화(火) 기운이 극성해지는 때이기 때문에, 반대로 우리 몸에서는 수(水)에 해당하는 하초(下焦)의 기능이 약해집니다.
따라서 여름에는 과도한 성 생활을 자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옛 선조들이 여름철에는 결혼 날짜를 잡지 않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 임신하면 엄마도 아빠도 아기도 다 허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사실은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앓는 질병이 여름철 감기, 즉 냉방병입니다.
여름철에는 땀구멍이 열려서 수시로 땀을 흘리게 되어 있는데, 이때 에어컨 등으로 부자연스럽게 기온을 낮추거나 땀구멍 조절을 잘못해주면 냉기가 몸속으로 스며들어와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냉방기를 세게 틀어 놓은 환경에서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거나 가디건 등을 걸치는 등 보온에 신경 써서 찬 기운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으며, 평소 미리 면역력이나 저항력을 키워 놓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은 기를 소모할 수 있는 낮 시간이 길고, 상대적으로 기를 재충전할 밤 시간이 부족한 계절입니다.
따라서 만성 피로와 식욕 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결국 여름 감기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떨어진 기운을 보충해주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항간에 들리는 말로 여름에 한약을 복용하면 땀으로 한약 성분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무 효과가 없다고 하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이며 낭설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어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제때 잘 맞춰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여름철의 특성을 감안하여 한의사의 진단에 따라 적절한 한약을 처방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처방으로 ‘생맥산(生脈散)’이라는 약이 있습니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의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된 이 처방은 우리 선조들이 여름철에 물 대신 끓여서 즐겨 마셨는데, 여름철에 과도한 땀 배출로 인해 소모된 진액과 기운을 보충하여 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체질에 따른 여름철 건강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