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는 소목 멧돼지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학명은 ‘Sus scrofa’다. 몸길이는 1.1∼1.8m이고 어깨높이는 55∼110㎝이며, 몸무게 50∼280㎏까지 자라는 산속의 무법자다. 생활은 주로 깊은 산이나 활엽수가 우거진 곳에서 하는데 본래 초식동물이었지만 토끼·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이나 먹는 잡식성동물로 변화했다. 근래에는 보다 쉬운 먹이를 찾아 산 아래로 내려와 농민들이 힘들게 가꾸는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아서 유해조수로 지정됐다. 지난 8일 (사)환경실천연합 완주군지회 유해조수팀(팀장 김신배)과 함께 유해조수인 멧돼지를 포획했다. 오후 2시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지만 습도가 높아 가만히 서있어도 온 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완주군지회 유해조수팀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장비를 준비하고 농민들의 신고가 접수된 화산면 종리로 향했다. 종리에 도착시간은 오후 3시 가량 이때부터 힘든 산행이 시작됐다. 등산로도 없는 산을 완주군지회 유해조수팀은 개들과 함께 거침없이 올랐다. 평소 운동과 담을 쌓았던 기자에게는 지옥 같은 훈련을 받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완주군지회 유해조시팀원 중 한명이 멧돼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본격적인 멧돼지의 추적이 시작된 것이다. 완주군지회 유해조수팀은 팀을 둘로 나눠 한 팀은 멧돼지의 흔적을 찾아 바로 쫓아가고 다른 한 팀은 멧돼지의 퇴로를 막기 위해 조금 먼 길로 돌아갔다. 2시간의 산행이 지겨워질 무렵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개들도 혀를 길게 내놓을 정도로 지쳐있을 때쯤 완주군지회 유해조수팀 김신배 팀장이 팀원들에게 사인을 보낸다. 멧돼지가 근처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긴장감 흘렀다. 아니 적막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김신배 팀장에 따르면 이때가 가장 위험하단다. 멧돼지가 사람의 인기척을 듣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조심조심 멧돼지의 퇴로를 막고 조금씩 포위망을 좁히고 있을 때 개들이 저 멀리서 엄청나게 짓는 소리가 났다. 먼 거리에서 확인한 결과 동굴 같은 바위틈에 멧돼지 한 마리가 몸을 숨긴 채 개들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개 한 마리도 부상을 입었다. 한눈에 봐도 덩치가 큰 멧돼지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멧돼지 위치를 확인한 김신배 팀장은 자세를 낮추고 총을 겨눴다. ‘탕~~’ 산속의 정정을 깨는 총성이 울렸다. 바로 이어서 ‘탕~~’ 또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김신배 팀장은 “첫발에 맞추긴 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쐈다”고 설명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멧돼지가 있던 곳에 다가 갔을 때 멧돼지는 두발의 총을 머리에 맞고 죽어있었다. 김신배 팀장은 멧돼지를 유심히 살피더니 “이 놈이 오랫동안 우리를 고생시킨 짝발이었다”며 기뻐했다. 잠시 뒤, 김 팀장은 총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소주를 꺼내 멧돼지에게 한잔 부어주고 간단한 묵념을 했다. 김 팀장은 “이놈도 생명인데 좋은 곳에 가라고 예의를 갖춰줬다”고 말했다. 현재 완주군에는 유해조수 퇴치를 위해 총기 허가가 나 있다. 하지만 총기 허용시간이 낮시간(새벽 1시까지)에 국한되어 있어 원활한 멧돼지 퇴치가 힘들다는 게 김 팀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멧돼지는 주로 밤 11시부터 새벽 3~4시의 시간대에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데 새벽 1시 이후에는 포획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간 때문에 힘들게 쫓은 멧돼지를 포획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단다. 특히 낮에는 더워서 사람도 지치고 개도 지칠뿐더러 멧돼지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포획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새벽까지 포획시간을 연장하면 더 많은 멧돼지를 퇴치해 많은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관계당국의 협조와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종편집: 2025-08-14 05: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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