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형제 3만석 재산이 훌쩍 날아가 버렸다. 첫째는 아내와, 둘째는 아버지와, 셋째는 형과 불화했다.
장남 녀석 부인만 보면 오만상이고, 언제나 주먹을 날릴 태세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둘째는 아버지 가까이 서성거리기조차 싫어하며, 셋째는 형님 앉았던 자리에 서지도 않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 집 미운 상대 흉보기가 일쑤이고, 남더러는 호형호제하면서 제 편 들어 주기를 바란다.
듣는 이마다 속으론 ‘몹쓸 놈들’ 얕잡아 보는데도 눈치 없이 제 깐에는 선심이랍시고 이것저것 쓸데없이 비싼 물건을 사준다.
이들의 속내를 아는 자마다 기가 막혀도 ‘암 그렇지!’ 맞장구(?)를 쳐 주면 술 밥 듬뿍 산다. 꼴불견들이다. 상처한 장남은 시체를 바위산에 놓고 돌무더기를 쌓는다. 왜냐고 물으니 ‘벌초할 필요가 없어 좋다’는 대답이다.
아버지가 죽자 둘째 고집으로 일 년 내내 햇빛 들지 않을 응달에 묻어 늦봄까지 눈이 덮였고, 평생 차갑게 했으니 그 대가란다. 셋째 녀석은 형의 주검을 겨우 반 자 정도 땅을 파고 묻으며 이는 산짐승에게 적선이란다.
이 산이 ‘삼불인산(三不人山:사람 아닌 세 놈 산)’ 줄여 ‘삼불산(三不山)’이다. 못난 3형제의 3만석 재산이 불티 날아가듯 훌렁 하자 ‘세 무덤’ 곁에 있던 산들 마저 이웃하기 창피하다며 소금을 뿌리고 떠나버렸다.
일가들은 부끄러워 애 낳기를 꺼려하자 본관 ‘삼불산 은(:뭇개 짖는 소리 은)’씨는 결국 문이 닫혀 성조차 사라졌다. 이 세상을 풍자하는 얘기 같기도 하고 사실처럼 들리기도 한다. 토론장에 선린이 무너져 경청과 배려 없이 억지가 난무한다.
인문학이 맥을 못 추다보니 이존심(利尊心)만 판을 처 혹자는 ‘동고조 8촌 당내간’을 모르며, 인정이 메말라 ‘못난 3형제’가 오히려 큰 소리 치는 사회가 되어간다.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다가서야 ‘사랑’도 피멍이 든 응혈 ‘치유’도 가능하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