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전체 인구의 5%인 2,519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장애 인구는 계속 증가하여 2000년 대비 163%나 급증하였다. 물론 2000년도 이래 장애 범주가 1·2차에 걸쳐 확대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사회적 인식 개선도 한 몫 했다.
통상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인구의 10%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장애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장애 범주의 세계적인 추세는 의학적 기준에서 사회 환경적 기준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의학적 기준만이 적용되고 있다.
현재 의학으로 회복이나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장애 등록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사회 환경적 기준까지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이 스웨덴 국가에 이민을 가면 바로 장애 등록이 된다. 스웨덴어를 듣지 못하니 청각장애이고, 스웨덴어를 말하지 못하니 언어장애로 보는 것이다.
의학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구강과 청각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회에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면 커다란 장애가 되기에 사회 환경적 맥락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장애는 나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선천적 장애인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의 90.5%는 후천적 장애인이다.
선천적 장애인은 4.6%밖에 되지 않는다. 후천적 장애인의 55.1%는 질환으로 35.4%는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다. 건강하게 태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을 “예비 장애인”이라고도 표현한다.
외국 여행 특히 선진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종종 묻는 것이 있다. 길거리 어디를 가도 장애인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진국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장애인이 많아진 것이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세계 어느 국가도 장애 인구는 10%정도 된다.
다만 선진국은 장애인이 자유스럽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물리적 장벽을 없앴고, 사람들의 편견이 없어 활동하는데 제약이 없다는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요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각종 편의 시설 확충이 늘어났고, 장애인에게 다양한 보조기기(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보청기 등)가 보급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장애인 몇 명을 위해 그리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느냐? 라고 반문을 한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보조기기의 혜택을 보는 것은 비단 장애인만이 아니다. 건물에 있는 승강기도 원래는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핸드폰에 적용되어 있는 터치스크린도 처음에는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정당한 권리이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정당한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사회에서 학력, 성, 인종, 종교, 직업 등의 차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관심이나 도움이 아니다. 장애는 특별함이 아니라 그냥 다름이다. 우리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그냥 신체의 일부가 다를 뿐이다.
장애인들은 말한다. 그냥 똑같이만 대해 달라고, 장애를 먼저 보기보다 사람을 먼저 보아달라고 말이다.
도움을 줄 때도 그렇다. 우리는 타인을 도와 줄 때 “도와 드릴까요?”하고 먼저 묻는 것처럼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물어보면 된다.
그동안 완주군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장애가 없는 주민들이 복지관에 스스럼없이 찾아오고,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시설은 멀리하거나, 봉사활동이나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완주군민은 함께 어울리는 것에 자연스럽고 낯설어 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지역사회의 힘이라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차별 없는 생각은 앞으로 우리 지역사회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최근 행정구역 통합의 논란이 우리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지를 따져 보는 사람은 그래도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제는 이해관계를 따지기 전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이웃 공동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구역을 떠나 나와 함께하고, 소통하는 이웃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성진=완주군장애인복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