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밥 지으려는데 쌀 어디 있어요?”. “아가! 광 안 큰항아리에 있다” 새댁과 시어머니 사이에 이렇게 말이 오가야 서로 좋다. 보통 아랫사람이 먼저 입을 열수록 자연스럽다. “어르신 금년 볍씨는 어느 것이 좋지요?” “서리가 일찍 내릴 것 같으니 조생종을 생각해 보렴”. 어른들이 젊은이를 잡고 ‘조생종을 택하라’ 이르면 들을지 말지 결과는 반반 값없는 명령이 된다. 이래서 소통이 어렵다. 옛날 인사법에 “진지잡수셨어요” 여기서부터 대화이다. “나는 먹었네마는 자넨 어찌했어?” 되물음이 소통이다. “근력 어떠세요?” “아들 며느리가 조섭 잘해 줘 이만하지.” “효자 효부로 소문났습니다.” “그럴세. 자네도 들었나?” 이게 정상적인 사람 관계이다. 함께 여행하며 너무 조용하고 종회 석상 계모임에 겸상하고도 말이 없는 목석이 수두룩하다. 대화에 순서 없으니 마주보며 입을 열어야 한다. 전화도 대화에 든다. 전화 받는 중간자가 ‘누구냐?’고 지나치게 따져 물어 차단하는 경우 좋은 인상이 아니다. 승강기 안에서 사원 만난 사장이 ‘힘들지?’ 이말 한 마디면 보약이 된다. “통근 버스가 중간에 쉬지 않아 2km를 더 걸어 이게 좀 힘이 듭니다.” 당장 고쳐졌다. 사장이 더 기뻐한다. 원래 고향이 비봉면 소농리인 류희택 씨는 인사와 대화의 달인이다. 이리남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나왔고, 아버지가 제헌국회의원이며, 본인은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감, 중등교장에 장관이 친구 범상치 않지만 별호가 ‘정월초하루’이었다. 이런 인정과 예절, 소통이 다 어디 가고 요양원 생활인가. ‘설교’보다 더 좋은 기도를 녹음해 두루 돌려 들음도 소통이다. 듣기 좋게 말 잘하던 이재규 옹 육성녹음이 없어 안타깝다. 주변 사람들의 잘못이다. 한 주에 천 자 이 글도 소통이고, 어부의 바다 ‘부표(浮票)’로 생각하며 여기 싣는다. ‘악연에 우는 비운의 두 사나이 손잡기’를 바라면서…. 선의의 토론도 소통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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