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의 행로는 아이들에게 ‘정서환경’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무 한 그루가 주변 환경의 공기, 수질, 토양의 영향에 힘입어 성장하듯이, 아이의 정서적 건강은 주변의 관심과 사랑받는 정도와 부부관계의 교류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부부관계의 교류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요소로 ‘의사소통’을 들 수 있다.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서 성숙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결혼의 친밀감과 가족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본질적이고도 기초적인 기술이다. 부부의 대화방식을 보면, 잘 기능하는 부부에게서는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최소한 ‘5 대 1’이 되는데 반해, 불행한 부부들은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40%가 넘는다.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부부들은 논쟁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도 서로 장난을 치거나 웃으며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나, 불행한 부부들은 논쟁을 할 때 유머러스하게 대화하는 법을 전혀 몰라 사소한 말다툼이 심각한 싸움으로 치닫는다. 부부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대화 내용보다도 대화를 나눌 때의 태도로 불행한 부부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비난으로 이는 상대방의 성격에 대해 좋지 않은 소리를 하면서 원망하는 태도로 단순히 어떤 특정한 일에 불만을 나타내는 불평과 달리 상대방의 성품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다. 둘째, 경멸하는 태도로 이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없애는 역할을 함으로써 심리적,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준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라도 상대방에게 경멸의 감정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위기상황의 지표이다. 즉, 두 번 이상 눈알을 빠르게 굴린다거나,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표정을 짓거나 무시하는 말을 내뱉게 되는 경우이다. 셋째, 방어적 태도로 ‘그래, 하지만’ 등으로 동의하는 것 같지만 이내 되받는 말투를 사용하는 경우로 오해의 골을 깊게 만든다. 이러한 자기방어 모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상대의 이야기를 인신공격으로 듣지 않고 단지 ‘극대화된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의도로’ 말을 했는데 저 사람은 ‘저러한 의도로’ 잘못 해석했구나라고 생각해 본다. 네째, 냉담한 태도로 대화가 극한 감정으로 치달으면 한쪽이 그냥 입을 다물어버리는 상황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전체 부부의 85%는 거의 남자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들은 부부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대화하기 보다는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며,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대방의 화를 가라앉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냉담한 반응이 싸움을 회피할 수도 있지만, 결국 상대방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다.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고개를 끄덕거리고 “그래 그래”하는 등의 호의를 보이는 신체적 반응은 비록 작은 몸짓이지만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는 큰 역할을 한다. 비난과 경멸, 방어적 태도는 부부가 해로운 상호작용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혼생활에서 릴레이 경주처럼 서로 바통을 넘겨가며 계속 반복되다가 냉담으로 치닫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관계의 질적인 수준과 관련이 있다. 부모들로 인해 겪어야 했던 자녀들의 불행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고통은 지속적으로 그 위력을 발휘하여 타인과의 교류에서도 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도 온전한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훼방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정한 유산은, 그들의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모든 대인관계의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좋은 관계를 통한 건강한 정서적 경험’임을 기억해 본다. / 이성희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
최종편집: 2025-06-24 0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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