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 OX 퀴즈를 풀어볼까요? 맞춘 친구에게는 선물도 있는데... 자, 감기 치료제는 개발되었다. 맞으면 O, 틀리면 X, 모두 양손을 이용해서 맞춰보세요.” 소란스러운 초등학교 교실에 상품을 건 퀴즈 문제가 나가는 순간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예외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는 친구들 수가 훨씬 많다. 그래도 꿋꿋이 두 손을 엇갈려 가위표를 그린 한 남학생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냥 그럴 것 같아요.” 대답을 하자마자 킥킥 거리는 친구들때문에 풀이 죽을 것 같았던 그 아이에게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건네며 이 반에 정답은 이 학생 한 명이라고 하니까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이야~직관력이 대단히 뛰어난 학생 같은데, 아마 노력하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학생 말대로 감기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어요.” 그러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야무져 보이는 여학생 한 명이 손을 들더니 “선생님, 그런데 우린 감기 걸리면 감기약을 먹잖아요. 다들 먹는데.....” “그렇죠. 우린 감기약을 많이 먹죠. 그런데 감기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가 먹는 감기약의 정체는 뭘까요? ” 삼 년 전부터 전라북도 약사회에서 시작한 재능기부활동인 초·중학교 약물안전사용 강의중인 교실에서 자주 연출되는 풍경이다. 초등학교에 일일강사로 찾아가서 약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 몸을 지킬 수 있을까를 얘기해주는 일인데, 강의를 준비하면서 문득 과연 알약 한 두 알로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왜 아플까요?” “병균이 들어와서요.” “그래요, 여러분이 열나고 심하게 몸살을 앓는 건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해서입니다. 하지만 세균, 바이러스가 들어온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다 아프거나 혹은 죽게 되는 것은 아니예요. 왜 그럴까요?” “우리 몸에 항체가 있어서요.” “면역때문에요.” 면역체계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제법 되어서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쉽게 정답이 나온다. 정말 그렇다. 우리 몸은 외부의 환경에 대해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가장 강력한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평소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환절기마다 또는 사스나 신종플루 같은 바이러스질환이 유행할 때마다 불안에 떨면서 약에 의존하게 된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먹는 음식이나 생활 습관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스트레스와 과로, 건강하지 못한 식단, 운동 부족, 체온 저하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들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또는 세균과 싸우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면역세포의 활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하루에 30분이라도 충분히 햇빛을 쬐고, 8시간 정도의 숙면을 취하고, 인스턴트가 아닌 건강한 밥상으로 세 끼를 먹고, 너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내 몸을 위해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지혜가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예전에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신종플루, 조류독감에 이어 이번엔 살인진드기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진드기 중 일부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이라는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를 통해 바이러스를 옮기게 되는 이 질병은 진드기에 물린다고 모든 사람이 치명적인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하고 면역기능이 정상적인 사람들은 충분히 휴식하고 치료를 받으면 쉽게 회복될 수가 있다. 감기도 마찬가지다. 감기약은 감기바이러스를 없애주는 치료제가 아니라 감기바이러스와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열심히 싸우는 동안 나타나는 오한, 발열, 기침, 콧물, 몸살 등의 증상을 개선해주는 보조제일 뿐이다. 감기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진짜 약은 아마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내 몸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면역세포들일 것이다. 따라서 건강을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수많은 약들로 지킬 것이 아니라 늘 내 몸을 위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해 주는 면역세포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싸워줄 수 있는 튼튼한 성벽을 쌓는 일, 즉 건강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최종편집: 2025-06-24 06: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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