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노소를 떠나 ‘한 마디 물음’이 뒤에 본인은 마음 편하고, 상대방한테는 ‘소통’ 잘하는 인물이라는 호평을 들어 좋다.
더운 여름 어느 날 전화 받고 현장에 가니 “지금 길을 내는 중인데 이 ‘바위’ 어찌하오리까?”
정중한 물음이다. 평소 듣지 못했던 질문이라 머뭇거리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면민에게 이해관계가 크지 않으면 그냥 둡시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뭐라던가요?”,
“모모 인사도 그냥 두자고 합니다.”
“이 바위는 ‘탄금(彈琴)바위’, 혹은 ‘탕건(宕巾)바위’ 인데 잘 됐소이다.”,
“그 뜻이 무엇이지요?
“조선시대 조을정(趙乙鼎) 병사가 원서봉에 살았고 여기서 ‘가야금을 뜯었던[彈琴]’ 바위 즉 경승지(景勝地)였지요. 이 바위를 떨어내면 조씨는 물론이고 ‘고령김씨’ ‘능성구씨’ ‘밀양박씨’가 싫어 할 수 있습니다.”, “왜요?”, “조 병사는 위의 김·구·박 3성씨 혼맥의 중심인물이었으니 참고 하시게나…”
말귀를 쉽게 알아들어 ‘바위’가 위기를 면했다. 그 후 자전거 산책로를 내면서 바위 곁에 흰색 철제 난간을 예쁘게 세워 잠깐 멈추면 바위, 물 길, 아름다운 난함(railing) 사이로 가야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길 지날 때마다 ‘기관장의 한 마디 물음’이 이토록 소중하다는 걸 의식하며 이런 기관장이 ‘고장의 훌륭한 인물이구나!’ 저절로 경애심이 솟아난다.
지금 비봉면 윤재봉 면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고산면장 윤재봉이 몰라서 물은 게 아닐 것이고 다만 신중을 기하면서 노인 대접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이리라.
몇 해 전 넘어진 비석 이야기기를 에 썼더니 지금 여당의 상임고문 서청원(徐淸源) 정치인이 다녀갔다.
‘수저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인정 미담이 있지 않은가? 결정하기 전 한 사람 더 불러 묻는 걸 어렵지 않게 여기는 기관장이 명관이다.
윤재봉 면장은 ‘다간타인호처(多看他人好處:여러 사람이 보기 좋은 곳)’를 남기고 만든 훌륭한 기관장이다.
그 물음 한 마디로...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