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물건을 어딘가에 두고 찾아다니는 경험이 잦아진다. 이러한 자연적 현상에 의해 생기는 건망증은 주로 체험의 작은 부분을 잊어버리고, 기억력만이 쇠퇴하며, 자신에게 건망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상태로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미치지 않는 정도이다. 반면, 치매는 주로 뇌의 병으로서 체험의 전체를 잊어버리고, 기억력 외에 식별력에도 장애가 오며,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능력이 저하된 상태이다. 따라서, 건망증의 경우에는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낮에 오후 7시까지 남편과 함께 저녁을 드시러 오라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고 해보자. 할머니가 건망증이 있다면 “몇 시에 오라고 했더라?”하고 다시 딸에게 전화해서 묻게 되겠지만, 만약 치매 환자라면 딸이 그런 전화를 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남편 저녁을 준비한다. 또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환자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즉,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된 내용을 인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치매의 경우에는 내용을 저장하는 단계부터 장애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치매는 건망증과는 달리 진행성 장애이기 때문에 기억력 장애는 점점 더 심해져 직무 수행이나 가정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계속 조금씩 나빠진다면 건망증보다는 치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사실 치매는 흔히 알려진 바와는 달리 단순한 기억력만의 장애가 아니라, 지남력이나 언어 능력을 비롯한 인지 기능 전반의 장애이고, 성격 변화와 망상 등을 비롯한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이 없어졌다며 근거없이 가까운 가족을 반복적으로 의심하고, 예전에는 혼자서 잘 다니시던 곳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계절을 분간하지 못하기도 하며, 적절한 어휘를 생각해내지 못해 의사 표현이 점차 모호해 지고, 돈 계산이 자주 틀리거나 그리 복잡하지 않은 계산인데도 아예 하지 않으려 하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역시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몇 가지 차이점만으로 건망증과 치매를 항상 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치매 초기에는 다른 인지 기능의 장애가 동반되지 않을 수도 있고, 치매 환자가 보이는 기억력 장애의 특징이 비전문가인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는 분명치 않은 시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연령이 60세 이상 고령인 경우, 치매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혈압이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경우, 두부 손상의 병력이 있는 경우 등 치매 발병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기억력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면 반드시 조기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종편집: 2025-08-14 0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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