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소나무 종산 지킨다”는 말이 있다. 명언이다.
종사란 박사, 교수, 의사, 변호사,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고 이 분들은 가끔 헌·성금이나 많이 내면 된다. 보편적으로 학력 재력과는 상관없이 오직 숭조 돈종정신이 투철하여 평생 애 쓰는 분들이 따로 있다.
종무의 본질은 ▲첫째 묘·재실·종토·행사를 알고 참여하며 ▲둘째 제사 때 진설하고, 홀기 축문 읽을 수 있으며, 왜 이 어른을 받드나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족보를 통해 조상과 계파 설명이 가능하면 더욱 좋다. ▲넷째 대종중, 중종중, 소종중 구분이 소상하며 특히 운영의 묘에 밝으면 우러러 존경해야 한다.
이런 분이 하나 둘이 아니라 많을수록 좋고 특히 젊은이가 여럿이면 대단한 집안으로 남들이 부러워한다.
전에는 종산의 ‘묘’를 중시했으나 지금은 가치관이 변해 분묘는 뒷전이고 ‘산’만 보이며, 묘·족보·촌수도 모르는 어른이 흔하다.
판사 말에 의하면 민사소송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판결이 종사재판이란다. 자기 집안도 그러하기 때문에...
화목한 가운데 종택, 묘소, 재산이 지켜져야 한다. 선조가 남긴 자산을 두고 소리 나면 큰 수치다. 근래 ㅎ씨, ㅇ씨, ㄱ씨족의 안타까움을 보았다.
논이라고는 고작 천수봉답 다랑전 몇 마지기인데 6형제를 둔 부모 입에 무엇이 들어갔겠나. 죽은 지 170년 정상이 애처로워 더운 날 이장할 때는 오지 않은 인물이 창망한 말을 해 안타깝다는 종인의 한숨소리를 들었다.
‘종손 잘나면 재산 다 팔아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만 16대 종손 똑똑하고 말 잘해도 재산 지켜온 집안이 바로 고산 밤실 이씨이다.
이재규 종손 서거 1주기를 맞아 비봉면 이전리에 기념비를 세운다. 추진위원 위원장이 따로 없이 오직 종인들이 나섰다. 다섯 자 빗돌에 그의 착한 종심(宗心)을 새겼다. 흔한 사무관 하나 없어도...
‘피 울음 토하던 순간들을 기억하자’ 종현들의 마지막 끝맺음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