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 전 일명 워킹맘입니다.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생. 이렇게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직장까지 병행하다 보니 사십대 초반 워킹맘인 나의 하루는 시간이 아닌 분 단위로 쪼개져 해야 할 일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필요한 스킨쉽과 대화도 의무적인 일처럼 느껴지기 일쑤고, 한 가지 업무가 끝나면 쉴 틈 없이 다른 일이 밀려오다 보니 어떻게 보면 워킹맘의 일상은 다른 사람들 눈에는 휴식없는 일 중독자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도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바쁘게 일을 처리하던 중이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업무 중에 전화를 받으면 일단 전화내용, 즉 용건을 확인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던 터라 보통 전화가 오면 “여보세요?” 또는 “네~” 라고 말하며 상대방이 용건을 얘기해주길 기다립니다. 물론 이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휴대폰 액정에 지인의 이름이 뜨자 검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윽 밀면서 입은 “네~”라고 말하며 왼손으론 휴대폰을,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무슨 얘길 하시려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짧은 침묵이 흐른 뒤, “서약사님, 우리 전화 주고 받을 때 인사 먼저 하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참 좋은 날씨죠? 이렇게 말이죠” 휴대폰을 통해서 따뜻하게 흘러나오는 이 말을 듣고서 순간 당황한 저는 “네?”라고 다시 말하고선 말문이 그만 막혀버렸습니다. “서약사님,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래도 전화하거나 만나게 되면 인사 먼저 나누고 싶어요.” “아, 그런가요? 네, 오늘 날씨 참 좋네요. 잘 지내셨어요?” 얼떨결에 인사를 해놓고 마음이 왠지 부끄러워 제대로 얘기도 못한 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날 오후 그 동안 참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산 건 아닌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잠들기 전까지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고,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들을 만나고, 약국에서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 하루 동안의 소중한 만남들을 나는 해야 할 일로만 받아들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인사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업무의 연장으로 해왔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난 바쁜 사람이니까 라는 생각이 제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아 모든 일들을 지휘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님이 쓰신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평소 누군가에게 인사 받을 일이 적은 분들에게 하는 인사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인사는 우리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라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해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인사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말은 “그대는 제게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과 같다는 수녀님의 말씀이 이제야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일로 보지 않고 소중한 인연으로 보게 되자 그 순간 신기하게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 너무나 고맙고 다행한 일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제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이 아닌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는 걸 그 한 통의 전화로 깨달았습니다. 하루 하루 스쳐만 지나가는 인연도 전생에 몇 만겁을 쌓아서 만들어지는 거라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인사는 건네는 순간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할 테지요. 또한 그대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는 생각을 제 마음에 담는 순간 한결 따뜻해진 그 인사를 건네는 제 마음은 얼마나 즐겁고 따뜻함이 가득해 질런지요... 지금 주머니 속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리시나요? 혹은 막 누군가를 만나려는 순간이신가요? 그렇다면 웃음을 가득 담고 당신은 제게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는 마음을 담아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궁금했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하늘이 무척 맑지요?”, “안녕, 행복한 하루 보냈어?” 하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 보세요. 그 순간 그 사람과 나의 마음은 사랑으로 연결되고, 그로 인해 세상은 조금 더 밝고 행복해질 테니까요... /서소영= 약사(이서면 하나로약국)
최종편집: 2025-06-24 06: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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