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낱말에 시효(時效)는 있으나 ‘세효(歲效)’는 없으니 ‘신조어’이다.
세상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세효’를 끌어 쓴다. ‘세전·세후’에서 세는 ‘설’을 말하기도 하며, 설은 나이 한 살 더 먹는 날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719년 만에 자진 사퇴란다. 이를 두고 ‘세효’ 생각이 났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장수에 따른 노인문제가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노쇠야 천리이니 어쩔 수 없지만 걱정이 따로 있다.
시력, 청력, 근력, 수입이 줄면서 나이 들수록 정신 상태가 달라지는데 정작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이다.
의사가 아니므로 전문적인 해석은 어려우나 ‘치매’, ‘노망’ 소리는 자주 들었다.
무엇이 더 문제일까. ‘말씨나 행동이 느리고, 정신이 흐릿함’을 치매(dementia)라 하고, ‘늙어서 부리는 망녕’을 노망(老妄-dotage)이라 한단다.
여기 망녕은 『늙거나 정신이 흐려 ‘언행이 어그러짐’』이란다.
전에 듣던 ‘노망’ 형태에는 △벽에 똥칠하기 △벌거벗기 △집나가 방향 잃기 △먹고도 굶긴다는 악담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대기[걸신-乞神] △일 저지르기 △억탁(臆度) △성내며 큰소리치기 △호칭 잊기 △가당치 않는 헛소리… 옛날 효자·효부 이야기에 많이 나왔다. 오늘 여기서는 ‘언행이 어그러지는 사람’을 두고 거론한다.
그 토록 자랑하던 학력, 경력, 사회적 지위로 보아 그래서는 아니 될 사람 인데 엉뚱하게 달라져 가족과 친구 맘을 후벼 놓는 무절제가 노망 아닐까.
아주 추한 모습이다. 삼가 하기를 바라지만 눈치 없이 이게 어른이요, 똑똑함이요, 정의라는 착각 속에서 꾹꾹 찌르는 밤송이 짓을 숱하게 해댄다.
고산 선비 구형은 ‘수구여병(守口如甁)’을 평생 신조로 여기며 살았다. 사물의 세계에서 ‘용도 폐기’란 말을 쓴다. 말조심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 소리를 들으니 ‘세효’란 이 뜻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변덕이 노망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