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온지도 어언 30년하고도 4년이 지났다. 소위 출향민이다. 처음고향을 떠나올 때는 돈도 벌고 안정되면 다시고향에 돌아오는 환향(還鄕)놈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타향에서 먹고살고 애들 키우다보니 많은 세월도 흘러갔고 고향의 부모님도 아니 계시니 점점 고향에 가는 시간도 적어지고 생각도 멀어진다. 열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갔던 그때가 그립다. 사람들이 명절이면 고향에 기를 쓰고 간다든지 고향에서 어릴 때 먹던 음식을 찾는다든지 또 어디선가 고향사투리가 들려오면 한번 뒤돌아 봐지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느낌이며 행동일 것이다. 나는 고향 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생강이다. 이 생강은 내가 어릴 때 많은 추억을 만들어준 농작물중 하나다. 당시 새앙이라고도 하고, 시앙이라고도 불리는 생강은 몸값이 제법 나가 그 생강을 도선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생강막에서 밤새 모기 뜯기며 잠을 못자 날을 새우기 일쑤였다. 또한 생강 캐는 철이 되면 생강이삭을 줍고 엿 장사에게 생강주고 구슬이나 딱지와 바꾸기도 했는데, 그 때가 돌아오면 전국의 엿 장사가 다모인 듯 와글거렸다. 이런 말도 있었다. 사실 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골 중에 대학 많이 보낸 곳은 인삼 많이 나는 금산과 시앙 많이 나는 봉동이라고. 이런 생강이 봉동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완주 특산물로 지정되긴 했지만 대접을 좀 못 받는 듯하다.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스스로가 “서산 때문에 봉동 생강은 안돼”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물론 농작물은 환경에 따라 생산지가 옮겨지기도 한다. 어디 지금 금산에서만 인삼을 많이 재배하고 대구에서만 사과가 많이 재배 되는가? 진안에서, 장수에서 재배되지만 그 뿌리는 없앨 수 없다. 역사이기 때문이다. 봉동 생강도 마찬가지. 한데 생강의 역사가 점점 지워 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리 현실만을 중시하며 사는 세상이라고 해도 뿌리와 역사는 지울 수 없고 아무리 작은 역사라 해도 천시하면 정통성이 없어지고 그런 자긍심 없는 민족은 뼈아픈 역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뭐, 생강하나로 무슨 거창한 얘기하나 싶겠지만 작은 일을 무시하면 큰일도 얻지 못하는 법. 조그만 관심과 애정이 모여 큰 일, 큰 생각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왜, 박물관을 만들고 역사 공부를 시키는가? “그게 뭐 밥이 나와 돈이나와”라고 묻는 다면 나는 “밥이 나오고 돈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크게는 피라미드가 만리장성이 돈이 되고 브라질 삼바 축제가 돈이 된다. 작게는 와인축제, 젓갈 축제 등도 있다. 물론 박물관 축제가 난립되어 지방재정이 축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서서히 없어져가는 역사를 보고만 있을 것인가? 작게 시작하더라도 준비를 잘해서 봉동생강을 재조명 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수집을 통한 철저한 고증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생강줄기(잎이 변한 것)을 삭혀 고추장에 넣었다가 만들어 먹었던 개약(?)도 세월이 조금만 지나면 만들 사람도 없을 것이고 생강 엿장사가 엿을 팔러 다닐 때 돌려 소리를 내는 대나무통도 구하기 힘들겠거니와 이런 것을 만드는 방법 등을 서둘러 기록으로 남겨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함께 생강박물관이 어려우면 시앙공원이라도 만들고, 완주지역에 들어서는 농업연구소등에 생강연구실 정도는, 그도 어려우면 유래에 관한 표시석이라도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따라 고향의 둥구나무 밑 정자에서 옛 꾀복쟁이 친구들과 강수 넣은 매운탕에 입가심으로 생강차를 마시며 옛날 이야기 하고 싶구나.” /이윤하= 솔내농원 대표
최종편집: 2025-06-24 06: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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