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어릴 때 내 꿈은’ 도종환-)
이 시처럼 어릴 때 내 꿈은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특히 봄꽃이 폭죽 터지듯 피어오를 때면 꽃그늘 아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놓지 않았던 의식은 ‘책을 읽는, 책을 읽히는 선생님이 되자’였다.
■ 우리 어른들부터 먼저 읽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고백한다. 세계적인 위인과 많은 CEO들이 말하는 성공비결의 공통점도 모두 책을 많이 읽었다고 말한다.
오늘도 많은 선생님과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독서를 역설하고 있지만 책 읽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오히려 각종 디지털기기에 밀려 책은 도서관의 장식품이 되고 있지나 않은지 자못 염려스럽다.
어쩌면 어른이 되면서 책을 놓아버린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인정하고 싶다. 우리 어른들이 모두 책에 관심을 갖고 먼저 책읽기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지 돌아본다.
■ 같이 읽자
교장을 하던 시절 나는 전교생이 도서관에서 30분씩 아침독서를 하기로 하고 아침 독서운동 4원칙에 입각해서 ‘모두, 날마다,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기로 하였다. 모두가 읽는다는 것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교사들도 이 시간에는 아무리 업무가 바쁘더라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기로 했다. 교사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그대로 본이 되기 때문이다. 교장인 나 역시 모든 업무를 시작하지 않고 학생들과 같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우리 학생들이 읽는 동화책을 읽었다. 다음 날 내가 읽던 동화책(독서토론을 위해 여러 권 준비된 책)을 한 권도 남김없이 모든 학생들이 가져다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이 이 책을 왜 읽었는지, 정말 재미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이 우리가 다 같이 책을 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 그냥 읽자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학습의 연장으로 생각하며 지겨워하는 부분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면 책 읽기를 확인하기 위한 독후감쓰기, 다독왕 시상 등 각종 행사나 대회는 우리 학생들에게 결국 또 다른 공부의 연장이라 생각하여 올바른 독서습관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독후감쓰기 과제에 과반수가 같은 내용을 제출하는 경우를 보았다. 인터넷 검색으로 책의 서평이나 줄거리를 그대로 복사해서 제출한 것이다. 이렇게 진부한 방법으로 올바른 독서 습관은 형성되지 않았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아무렇게나 읽게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책이 있는 공간에서 놀자
도서관은 꼭 책을 읽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되었으면 한다. 시를 낭송하며 감성을 키우는 자리, 책을 읽다 피곤하면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거나 여러 가지 작은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 작은 음악회나 영화감상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서관에 모여 즐기고, 의논하고 책을 보며 친해지면 우리 아이들은 더욱 책과 친해지지 않을까!
아이 하나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다 나서야 한다고 한다. 우리 완주에는 곳곳에 멋진 도서관이 가득 차 있다. 학교도서관, 마을도서관, 공공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와 지역사회 어르신들이 같이 책을 읽고 소통하며 아름다운 문화가 있는 마을을 만들자. 한국의 또 다른 빌게이츠를 꿈꾸며...
/윤덕임= 완주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