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 잘못 사는 사람보다는 중매 혼인으로 잘사는 사람이 훨씬 낫다. ‘사의 찬미’를 부른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현해탄에 몸을 던진 김우진은 만석꾼 유산이 스러졌고, 영남 부호 장길상씨 아들 장병천과 강명화는 비련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때 아버지 장씨는 판권을 사고 전국에 깔려 있는 이들의 이야기책《강명화전》을 거둬들이면서 살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평강공주는 온달을 평생 배필로 삼아 공주로서의 이름보다도 의리 있는 여인으로서 이 나라 여성들의 표상이 되었다.
석학 김종직이 아내의 영전에 받친 《제망처 숙인문(祭亡妻淑人文)》은 하도 애절하여 남녀 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글이다. 오늘의 화두는 현대판 아름다운 부부 이야기이다.
멀미가 심해 평생 자동차를 타지 못하는 부인을 위해 오토바이 뒤에 싣고 전주를 출발 목포를 거쳐 완도까지 다녀왔으니 그 거리가 800여리였다.
어느 날 부인이 내의를 사오자 ‘그랬어!’ 하며 받아 입었고, 곧 자기도 속옷을 사다주니 부인 왈 ‘고마워요’ 매우 훌륭한 모습이다.
거의 남성 99%는 ‘나이 80인데 무슨 옷이야!’ 이럴 수도 있고, 부인 역시 ‘남자가 무슨 옷을 안다고… 그 값 얼마요?’ 이러기 십상인데, 고맙게 받아들이는 내외의 ‘볼품 좋고 속내 깊은’ 이야기는 젊은이들에게 아니 노부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서 듣기 좋다.
이는 작은 일이고 퇴직한지 약 20년 매월 들어오는 연금통장을 확인해 본적이 없는데 살림에 능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서로 믿고 사는 찰떡궁합이라는 해석만이 정평일 것 같다.
흔히 ‘인사개관정(人師蓋棺定)’이라지만 총기 있을 때 할 말 해둬야 하기 때문에 여기 소개한다.
시집 장가 피하는 남녀들에게 어울리지 않을 이야기일지 모르나 교육 수준들이 높으니 ‘이성지합(二姓之合)’, ‘해로동혈(偕老同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을 알아두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부전자전 4남1녀 모두가 효자효녀란다. 성공한 가정이다. 아! 장본인은 성강(成江) 정화수 내외 분.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