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2012년을 정리하며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뽑았다고 한다. 전국 교수 626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28.1%가 2013년의 고사성어로 거세개탁을 꼽았다는 것이다. 이는 ‘온 세상이 흐려 있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라는 뜻이다. 초나라 충신 ‘굴원’이 모함당하고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한 말이라는데. 무엇이 이렇게 쓸쓸한 고사성어를 치켜들게 하였는지 답답하다. 한편 이 말의 중심에 꼿꼿이 서 있는 화(火)를 빨리 삭여야 한다는 바람이 마음을 급하게 한다. 며칠 전 ‘법륜’ 스님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화가 난 사람은 마음속에 내가 잘났다는 생각이 깔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나는 것이다.”라고...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언젠가 현대그룹 계동사옥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담담(淡淡)하게’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싱겁다, 미지근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파자(破字)해보니 불(火火)이 쌓여 있는데, 옆에 물( )이 있는 것이었다. ‘불을 끄고 살라는 이야기구나.’ 짧지만 의미 있는 경구라는 생각을 했다. 모 도로공사 지사장과 대화하는데, 자기 직원들은 ‘간 걸개’를 쓴다고 했다. 설명인즉 근무 현장(특히 통행료 수납하는 자리)으로 나갈 때 옷을 바꿔 입으며 옷걸이에 간도 같이 걸어둔다는 것이었다. “간 때문이야.”라는 유행어를 들먹이며 함께 웃었다. 최근 노인 무임승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내포한 뜻이 많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복지문제를 터치했기에 안타까움이 크다. 왜 논란이 내 어버이 세대로 비화하는 것일까. 이를 투사라고 해야 할지 어리광이라고 해야 할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 완주지역 65세 이상 인구를 살펴봤다. 1만 6천여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19%에 육박한다. 14% 이상을 고령화 사회로 분류하니 꽤 진행된 상태다. 이 분들은 대부분 묵묵히 땅 일구는 일을 천직으로 하고 있다. 농산물이 수확되면 바로 도회지 아들딸 에게 싸 보내며 즐거워하신다. 우체국 창구에서 5천 원 택배비 때문에 30kg 제한 중량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중량이 초과하면 김장김치 서너 쪽을 덜어내어 비닐에 다시 싸며 아쉬워한다. 이 어르신들은 과연 어떤 대접을 받고 계실까 생각해 봤다. 영화 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거세개탁! 굴원의 자세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죽하면 어부가 나서서 ‘세상이 맑으면 맑게 맞춰 살고 세상이 흐리면 흐리게 살라’라고 주문했을까.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올 해 역시 누구나 분주다사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돈도 벌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그런 속에서 세상이 답답하다 생각되면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요령이지 싶다.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말이다. 김남조 시인은 이란 시에서 ‘외롭게 선 겨울나무조차 바람이 진종일 가지 끝에서 서로 어울려 혼자가 아니다.’라고 노래했다. 세상은 유기체다. 그러기에 어우렁더우렁 살아야 한다. ‘내가 좋으면 다 좋다.’라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세상은 내가 보고 평가한 대로 움직인다. 그러기에 내 눈만 한 게 세상이다. 눈을 크게 뜨고 관조하는 새해 아침이었으면 한다. /이승수= 완주우체국장
최종편집: 2025-06-24 06: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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