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유럽 남쪽에 자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의 ‘리베로’(53) 전직 간호사는 「죽은 뒤 몸을 의과대학 연구용으로 기증할 절차를 밟는 중」이란다.
‘의학 발전’ 목적이 아니라 교회에서 주는 식품을 먹고 사는 형편이니 “장미꽃에 싸인 장례식이 가난한 자에겐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 지역 대학에 시신 기증을 약속한 이가 1,500인, 작년보다 25% 늘었단다. 성경을 일찍 읽었던 나라인데 심히 안타깝다.
《창세기》50장을 보면 시신을 향(香)으로 처리하는 데 40일, 그를 위해 울기를 70일이라 했고, 요단강 건너 ‘아닷’에서 아들이 이레를 곡(哭)해 ‘아벨미스리엠(애급인이 곡함)’이라는 지명까지 생겼단다. 한국 장례식장은 어떤가?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곡성이 느물다. 연로하여 돌아가셨으니 그럴 수도 있다. 장수는 ‘울어 줄 사람이 없다.’는 새로운 낱말 풀이가 가능해진 세상이다.
그러나 속으로 우는 백발이야 많다. 해로하다 앞서 가는 배우자의 산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단다. 밤실 골짜기에서 6형제를 낳았다. 손자 손녀가 25명, 입에 평생 무엇이 들어갔겠나? 이게 농촌 실화 집안 역사이다. 제삿날 걸게 차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생시 못 드신 것이 몹시 측은해 진설하고 묵도한단다.
사람의 섬세한 인정 그리고 도리라니 이해가 간다. 슬픔이 지나면 회복되리라 기다려온 노부부께서는 꼭 할 일이 있다. 진짜 돈 못 쓸 날이 곧 온다. 보라. ‘살아서 함께 외식 한 번 못했는데 나 혼자서라니…!’ 후일 이런 생각이 들면 홀로 식당에 가지 못할 것이고, 이러다 죽으면 울어 줄 사람 누구 있으랴.
경기 성남 김중암 춘회 씨는 내의에 외투만 걸쳐 입고 500리를 달려와 시골 친구 일으켜 술 밥 사며 하는 말이 ‘자신을 알라’고 당부한다. 시신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세상에서 갈고 닦은 철학 담긴 명언이다. ‘경제 위기가 삶을 망치는 이 시대’ 강경(剛勁)에서 벗어나게 하는 존엄한 훈수이기도 하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