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산은 전주시 대성동에 위치한 산이며, 우리대학교의 교가에 나오는 산이다.
매일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바라다보는 눈에 익고, 친근한 산이다.
무려 20번을 올랐지만 오를 때마다 항상 새로움을 느끼곤 한다.
학생들은 교가에 나오는 고달봉이 우리대학 앞에 있는 조그만 봉우리로 착각하는데, 우리대학에서 볼 때 4시 방향에 있는 큰 산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 밤에 첫눈이 내려 고덕산 정상에 한얀 눈이 쌓여 있어 아름답게 보였다.
예쁜 눈꽃은 복강아지 꼬리처럼 하얀 나무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강아지가 꼬리를 치면서 반가워하는 것 같았다.
산허리는 노랑, 빨강, 파랑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단풍 옷을 지어 입었다.
파란 바탕 위에 점점이 붉은 점과 노랑 점들은 나의 눈을 한동안 고정시켜 버릴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붉고 노란 잎들은 멀리서 보기에 최고급 카페트로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멋을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서 주말에 고덕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좁은목 약수터에서부터 시작하여, 봉우리를 몇 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어느 봉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가을처럼 커다란 낙엽이 산길을 덮어 발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새삼 가을의 맛을 자아내게 하여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박소나무의 향과 푸르름은 집에서 바라다보면서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해주어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또한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걸었다.
주위에는 칡넝쿨들이 즐비하게 있으며, 그 주위에 노랗게 채색된 도토리나무를 보고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고, 빨갛게 물든 참나무 잎에서는 정열적인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흐르는 땀을 시원한 바람이 찾아와 볼과 몸을 간지르면서 땀방울을 식혀줄 때 바람의 고마움을 마음 속 깊이 느꼈다.
파란 소나무 잎과 어우러져 있는 노오란 솔가루는 파랑과 노랑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겨울과 가을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흔들리는 바람과 나무가지들이 경쾌하게 스탭을 밟으며, 즐겁게 노니는 것 같고, 잎이 반쯤 떨어진 싸리나무에 지름이 3mm 쯤 되어 보이는 빠알간 열매는 투명하여 맑고, 아름다움은 진주알처럼 보였다.
산의 중턱쯤 내려오는데, 주황색 단풍이 반갑게 필자를 맞아준다. 산의 북쪽이라 그런지 바람한점 없다.
누가 누가 더 곱게 물을 들였나 경쟁이라도 하듯이 노랑, 빨강 단풍잎이 서로의 자태를 뽑내고 있는 것 같았다.
바위에 걸터 앉아 단풍을 보고 있노라니 내마음이 노랗게 물드는 것 같았다.
자연을 벗 삼아 노니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임을 오늘 새삼 느꼈다.
필자는 복잡한 일이 생기면, 지리산에 다녀오는데, 왠일인지 지리산에만 다녀오면, 모든 일들이 실타레 풀리듯이 잘 해결이 된다.
산이 내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산의 정취를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인생에서 중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자만이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광찬=전주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