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까지만 해도 부모님 회갑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고두밥을 쩌 누룩 섞은 섬 쌀 술을 빚고, 소 달구지에 장보기를 해오며 돼지 잡아 부녀자들이 삶고, 찌고, 볶고, 붙이고… 정성껏 음식을 장만했다. 각각 형편은 다르지만 회갑 날 큰상을 차려 당사자께 절하며 술[獻壽]을 올렸다. 아침 일찍 마당에 차일(遮日)치고 멍석 깔아 손님을 받는데, 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이웃 동네 분까지 모시며 먼데 일가친척, 친구, 사돈들은 미리 와서 자는 경우가 많았다. 1959년 10월 28일 잔치 집에 사돈 따라 온 ‘생판 손님’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좋은 음식에 푸짐한 대접을 받고 그날 밤 잠까지 잤으니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이게 시골 인심 인정이었다. ‘백판 손님’이 왜 이 잔치에 왔을까? 스물네 살 예쁜 규수 있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 따라간 것이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저 처녀!’라는 귀띔에 정신이 팔려 온종일 시선을 떼지 않았고 집에 돌아와 삼 동서가 만났다. 화두는 ‘아무개 배필감’으로『‘귀엽다’에서 시작 좋다는 점 열두 가지를 또박또박 이야기하니 서른두 살 막내동서가 당장 내일이라도 선보러 가자』고 서둘러 합의를 봤다. 80리를 걸어 매파에게 통지하고 관선을 갔는데 잘 차린 상을 받쳐들고 오는 규수를 보자마자 ‘듣던 그 대로구나!’ 일행이 혹했고, 특히 시어머니 감(?)이 ‘옳거니’ 했다. 결국 날이 잡혀 12월 22일 처녀 총각 가족과 함께 첫 대면인데 점심 후 약혼 사진을 찍었고, 10여 일 후인 60년 1월 3일 차일 친 마당에서 초례상 혼례를 차렸다. 어언 50여 년 3남 1녀를 두고 한 휴대폰을 쓰며 소리 없이 사는 인연을 궁합이라 한다. 천성배필 후회 없단다. 다만 희망이라면 당연히 순서대로 가자는 것이다. ‘ 수즉다욕(壽則多辱)’이라는데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이다. 음10월 28일은 ‘잔치하고 딸 준 윤일병 씨’의 114회 생일이란다. 덕부로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며 사셨단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6: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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