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주변에 교육혁신, 정치혁신, 경영혁신, 기술혁신, 심지어 혁신도시 등 혁신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혁신의 뜻은 원래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 따르는 새로운 것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구동성으로 “변해야 산다”고 한다. 심지어 어느 대기업 회장은 “가족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바꿔라”고 변화를 강조한 바도 있다.
변해야 한다. 잘못된 생각, 비능률, 낡은 사고, 낡은 관습, 구태는 버리고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나아가야한다.
너무도 당연하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화두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만을 강조하다보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을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혁신을 한다고 지난 과거를 다 부인하거나 기존의 미풍양속, 좋은 전통, 관습, 문화 등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모두 없애버리려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오래된 것은 무조건 버려야하는 것으로, 경험이 많고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더욱 아름다운 경우가 많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유럽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과학의 나라 독일에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수 백년된 고성(古城), 아찔할 정도 절벽위에 그림처럼 우뚝 솟은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고성, 과연 어떻게 절벽위에 이 아름다운 성을 지었을까?
감탄과 경이로움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백년이 지났음에도 기울거나 금가거나 부서진 곳 하나 없이 고색이 창연한 모습으로 웅장하게 끄떡없이 오늘날 까지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광경에 그들의 건축기술이 정말 놀라웠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과학, 예술, 신앙 등이 함께 용해되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기위해 오늘날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으뜸가는 독일의 과학기술은 마치 이 고성과 같다고 느꼈다.
중세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초과학에 눈을 떴고, 수세기동안 끊임없이 누적되어온 그들의 과학기술이기에,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격변기가 있었지만 그 토대는 튼튼하여 오늘날 세계 과학의 선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미국이나 러시아의 과학기술도 독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유럽 사람들이 수백년에 걸쳐 이룩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백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가난으로부터 벗어났고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가 놀라는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기초과학 기술로부터 출발할 겨를이 없던 터라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상품화하는 방식의 생산과 무역을 통해 오늘날의 부를 이룰 수 는 있었지만 선진기술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해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로얄티로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아직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두가 기초과학 기술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마치 탄탄한 토대위에 기본을 지켜 집을 지어야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지금이라도 기초·기본에 충실한 토대위에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야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과학 기술 뿐만이 아니다. 사회적인 많은 문제들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력과 생활문제들도 원인을 분석해보면 기초·기본교육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각종 사회적인 병폐도 절차와 방법을 무시하고 오직 목적과 결과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성과위주의 목적지상주의의 풍토가 낳은 결과이다. 남을 배려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며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는 기본생활태도와 예절을 철저히 교육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밝고 행복한 학교, 행복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시대적 화두인 변화와 혁신도 기초·기본의 확고한 토대위에서 이루어져야 바람직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초·기본을 외면하고는 교육발전도, 사회혁신도, 나아가 국가의 밝은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가 빠른 때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에서 차근차근 기초·기본을 충실히 다져가자. 그러면 분명히 밝은 미래가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이봉로 =봉동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