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화산·비봉’면 새 이름을 쓴지 100년이다. 와룡·종리는 1935년 삼기면에서 화산면에 편입된지 79년이다. 평생 한 번 맞은 경사 고향을 위해 뭘 할까. ‘화산(華山)’은 “화려강산(華麗江山)”에서 온 지명으로 아름답게 하려면 꽃을 심어 새소리 나게 하는 일이 으뜸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4방8방 둘러봐도 풀 한 포기 심을 내 땅이 없다. 오직 종리 산자락에 손바닥만 한 땅이 잡초에 묻혀 있을 뿐이다. 멩감나무, 억새, 띠, 노가지, 도토리나무, 칡넝쿨, 찔레나무, 산초가시… 어디부터 손을 댈지 막막하다. 다져진 땅은 내려찍는 괭이 날을 받아주지 않는다. 숨이 찬다. 손이 부르튼다. 머리가 무겁다. 목이 탄다. 어지럽다. 가슴이 답답하다. 정강이가 긁혀 피가 비쳤고 풀뿌리에 질려 이미 ‘KO’ 상태다. 이대로 물러날 것인가? 용소마을 김병만 군은 청양고추를 먹고 매워도 웃으며, 얼음 위에 앉아 버텨야만 박수가 나와 살지 않나? 아프리카 숲속 키 큰 나무 꼭대기에 오르내리기를 수 십 번 피디의 ‘OK’ 소리가 나야만 촬영이 끝난다. 이 생각을 하자 그냥 물러 설 수 없다. 그러나 이 가뭄에 꽃을 심어봐야 허사란다. 돌아서려니 지나는 나그네가 이대로 둔 채 비가 내리면 고은 흙이 씻겨 나간다는 것이다. 잔디를 심는데 놉이 고생 말고 얼른 가라는 것이다. 그 후 가보니 1/4은 그냥 두고 가버렸다. 오죽 뜨거웠으면 그랬으랴. 이곳은 육신 같은 땅이다. 젊어서 지게 바친 자리, 어머니가 쇠스랑으로 밭을 일궜으며, 가족계획 소파 수술을 갓 마친 아내가 소나기 맞으며 고추를 따 이고 왔던 그 자리다. 밭 치는 할매 따라 온 손자가 심심해서 온 종일 울어대던 그 바닥 아닌가. 이곳에 꽃이 피어 지나는 사람이 바라보면 최고의 영광이다. 화산의 100년 역사가 노년의 허망함을 감싸 준다. 죽은 이, 산 사람이 찾아드는 비봉·화산을 값진 고향으로 키워 나가자.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6: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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